들어갑니다. 나오지는 못해요. 반으로 갈려 죽임당하고 형태는 보전했지만 인형이 되고 인형은 되지 않았지만 의욕을 뺏겨서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마치 자유로를 도보나 우마차로 다니려는 미친 놈처럼 행여나 누가 신뢰의 원칙을 깨려 하지는 않나 노심초사 하기에는 지쳤습니다. 나를 치고 지나가세요. 전방에 오비스가 있긴 하지만요. 그렇게 잘못 짚어서 망해버리면 사람은 인형이 되어버리던가요. 잊어버립시다. 우리는 애초에 사람인 적이 없어요. 저기 가로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마치 목 매단 사람처럼 진자운동을 하눈 인형을 봐요. 자기가 고뇌하는 사람인 줄 알았나봐요.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휘저어봐요. 이것도 사람인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요. 이미 깨져버려서 붙일 수도 없고 너무 건조해서 촉촉할 수 없고 너무 거칠어..
언제나 인형으로 있을 수만은 없는 것 같기에 일단은 사람처럼 행동하지요. 사람에 대해서 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진짜로 나에게도 공감과 감정은 존재하지만 사람의 그것보다는 훨씬 어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일단은 나는 인형이고 주인님의 장난감이니까요. 주인님은 귀여운 옷을 권하고 나는 그 귀여운 옷을 입어보지요. 귀엽다고 듣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요. 정확히 모르는 것을 듣고 정확히 모르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아파요. 그 아픈 느낌은 마치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닌데 왜 모르지 하는 느낌과 같아서 어찌보면 주인님이 나를 부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만들지요. 그래서 내가 먼저 나를 부숴달라고 주인님에게 말하면 주인님은 놀란 듯 슬픈 표정으로 저를 어루만지다가 울어버려요. 어째..
항상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는 것도 짜증나게 되는 어느 하루가 시작되었다. 트램이 덜컹이는데 버스랑 다를바가 뭐냐, 뜯어라 하는 인간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도로 위에서 자동차랑 경단을 이루는 것도 보고 쇠 갈리는 소리와 무료함을 때우기 위한 이야기를 위해서 구태여 트램에 오르는 그런 짜증이 언제쯤 끝나나 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 괴로움과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힌 그 느낌, 그리고 종점까지 가보며 무료함을 잊자며 잠이 드는 나를 태우고 트램이 달린다. 별로 그렇게 길지도 않고 그렇게 빠르지도 않아서 그저 이런 느낌에 몸을 맡기다보면 그저 그렇게 녹아내리게 되는 지리멸렬한 느낌을 실컷 느끼자. 그렇게 남서주택단지를 떠난 트램은 고작 두 정류장을 더 지나서 시험정원 종점에 닿았다. 이제 피는 시절인 매화와..
바로 앞에 트램이 서있고 자동차들이 그 뒤로 쭉 서있다. 어차피 트램은 추월하면 안 되니까 안에서 라디오나 들으며 참는 중이다. 그렇게 선로이자 도로 위에 나란히 놓인 긴 뱀과 친구들은 청신호에 일제히 골목을 빠져나간다. 할 수 없으니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숄더체크도 하고 그런다. 그렇게 중앙으로 나오면 긴 뱀은 정류장으로 들어가고 나는 다리를 건넌다. 시킨 물건을 받아가래서 목공소로 갔건만 내 물건이 아직 완성이 안 된 것 같다고 일단은 기다리라 한다. 오래는 못 기다린다고 얘기하며 무리하게 차 끌고 나온 그 가격은 하겠지 세면서 기다린다. 몇 시간을 기다려 의자 하나 내가 시킨게 나온다. 미안하다고, 예정보다 일이 밀렸노라고 사과하지만 어쨌든 나는 다 괜찮아. 미안하다면 나도 미안한거야. 차는 왜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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