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이제 내 이야기에 개의치 않아도 되는 때가 왔음으로 그저 아무말이나 하며 잘 작동하지도 않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탓하며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에 앉아 벽화가 되려고 구태여 집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게 잘 작동하지도 않는 블루투스 키보드 문제도 있고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의문의 문제가 있으니 더더욱 문제만 불어나는 형편이었다. 문제가 당최 어디에서 오기 시작했나 짜증을 내어봤자지만 어쨌든 아무런 문제도 해결이 안 되는 상태로 있으니 마음만 괴롭고 심란하고 아플 뿐이다.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면 차라리 죽어버리거나 아무래도 누군가 나에게 뭔가 기대를 갖거나 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지금을 경멸하고 살아갈 의지도 잃어버린 지금, 내가 사는 인구 65만의 도시 안에서..
자동차 사고가 났다. 다른 차를 박은 것은 아니고 나 혼자 표지판 기둥에 박았다. 난감하다. 우선 보험사에 연락하고 렉카를 기다리고 도크에 도착해 접수까지 하니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중앙구의 도크에서 남서주택단지의 집까지는 전철로 30분이다. 차를 맡기고 전철로 돌아온다. 남서주택단지역 출구로 나와서 희끄무레한 하늘을 본다. 어쩌면 이게 내 심정과 그리도 닮았는지 우울하고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저심도의 지하철역 출구로 나오니 나를 맞아준 희끄무레한 하늘이 나 대신 눈물을 흘리고 우산을 갖고오지 못한 나는 당장 집으로 뛰어들어 간다. 뛰어들어간 집에 누가 있으랴. 당장 나 혼자 사는 집에 누가 있을 리 없다. 도크에 들어간 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철 시간표를 외우고 버스를 갈아타고 늦어서 죄송하다는..
어느 날, 나는 원하는 대로 인형이 되었지요. 구체관절이 좀 삐걱거리기는 해도 옷도 귀엽고 외모도 엄청 귀여워요! 그리고 이제 사람이 아니게 되었으니까 마땅히 다른 사람들을 도울 용기도 생겨요. 그래서 번화한 거리에 섰지만 나는 그냥 멀뚱히 서있는 것 외에는 할 수가 없었어요. 길거리에 나앉아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불쌍해서 이야기를 붙이면 왠지 들어주다가도 인형이라는 점 때문에 나를 어딘가 팔아치울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삐걱거리는 몸 때문에 도망치는 것도 더욱 힘들어졌고요. 근사한 카페에 들어갔어요. 누군가 잔을 닦고 있어요. 나를 보더니 쓸데없이 귀여운 옷을 입고 있다고 나를 보고는 장난스럽게 웃어요. 나는 살짝 노려보았지만 여기에 장식품처럼 있는 수밖에 없어서 그냥 여기 있겠다고 대뜸 말하자 인..
어서오세요. 많이 힘들었죠? 그저 상냥한 누군가를 만나려고 꿈 속의 온실로 도망쳐요. 그게 별로 안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서요. 그 아이는 인형. 하지만 그 아이가 왠지 나랑 같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 착각이 맞을거예요. 저 아이가 나랑 같으면 안 돼. 그래서 뭘 할까요. 서로 마주보며 티 타임 가지고 조용히 놓여있거나 실없는 말을 주고받아요. 덧없이 위로받아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온실에 나랑 비슷한 처지의 인형이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화사한 온실을 좋아해요. 그렇게 있자니 온실 밖으로 나가기 싫어져요. 그런게 전부, 내가 짜증나는 실제를 잊기위한 방법. 온실 속에 또 하나의 나를 인형으로 만들어 놓고 그 인형과 티 타임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온실이 있는 정원섬을 산책하는 것. 모두가 상냥하..
가다가 차가 서버렸다. 뒤에 달린 화통이 배가 고픈 모양이다. 할 수 없이 화통 맨 윗쪽의 뚜껑을 열고 장작쏘시개로 타다말은 나무들을 좀 쑤셔주고 나무토막을 채워넣는다. 화력이 약한가 싶어서 공기구멍에 다시 불을 질러주고 풀무질도 다시 하고 엔진 쪽의 블로어도 켜두고 10분을 기다리자. 할 수 없다. 그 동안에 뒷자리에 놔둔 소풍바구니에서 먹을 것이나 꺼내 늦은 점심을 먹자고. 그리고도 하얀 연기가 시원찮으면 맨 아랫쪽 빗장을 열고 재를 털자고. 진짜 징하다. 이 정도로 재가 차서 타오르던 불도 꺼져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인가 생각하면서 재를 털어내고 다시 빗장을 지른다. 엔진 쪽 블로어로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면 불을 댕겨보고 불이 붙는다면 블로어를 끄고 다시 시동을 걸자. 부다다다다닥. 한참..
새하얀 인형소년은 세상이 궁금했어요. 바깥으로 나가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했죠. 하지만 바깥에는 온갖 괴물들이 돌아다니는 무시무시한 곳. 고작 자동인형인 소년은 겁을 먹고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갔지요. 일단 그 아이는 자신의 온실에서 온갖 포근함을 다 느끼고 세상을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인형소년에게 온실은 너무도 작았어요. 그래서 인형소년은 괴물에게 말했죠. 자기를 먹으려면 먹으라고요. 괴물들은 소년을 먹지 않고 갖고 놀다가 결국에는 산산조각을 냈습니다. 자동인형인 소년은 조각나도 다시 고치면 되는 편리한 존재. 어떤 상냥한 소녀가 기를 쓰고 소년을 다시 고칩니다. 그리고 소녀의 오빠도 소년을 고치는데 힘씁니다. 마침내 온실에서 나온 인형소년은 무사히 고쳐집니다. 그리고는 자기를 고쳐..
심란해서 도저히 잘 수 없습니다. 나는 무엇을 향해서 살고 있을까요. 문이 여러가지 있고 그 문 중에 상냥한 자동인형과 착한 요정이 기다리는 문은 오직 단 하나. 어떤 문인지 모르니까요. 상냥한 마음씨를 지녀도 일단 모두를 경계하고 믿지 않으며 스트레스 때문에 화를 내면 다들 그렇게 나를 쓰레기 취급하더군요. 불안함에 관계가 끊길 것 같아 물어보면 나를 진짜 싫어하는 것이 드러나더군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는 역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질 거예요. 하지만 나는, 자동차를 타고 정상에 올라와서 기껏 타고 온 자동차를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고 괜히 그랬다며 화를 내면서 다시 왔던 길을 그냥 되돌아 오는 걸. 그냥 용서해줄래요? 나는 그냥 모르고 서툰데 다들 왜 나를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짓은..
물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물가는 저기 숲 속에 솟아있는 봉우리 끝에 있는 용천에서 흘러나온다고 하지. 그리고 나는 고작 컵 하나를 들고 그 용천에 해당하는 여울오름을 오르고 있었다. 다들 컵 하나를 들고서 그저 여울오름으로 올라가는 나를 보고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고 몇몇은 하유 사람들의 특기인 안색 살피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딱히 나는 도움받을 일이 없어. 그저 컵 하나 들고 여울오름에 오른다! 그거 하나다! 여기로 여가를 즐기러 오는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보더라도 나는 꿋꿋이 정상의 여울오름을 향해 걸을 뿐이다. 그게 뭐 어때서 별스럽게 보는거지? 그런데 하나만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나는 컵 하나를 들고 자동차도 1단 기어로 힘겹게 올라가고..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나무를 실컷 피울 수 있는 곳으로 갔어요. 하유섬의 법이 나무 태우는 것까지는 봐주는 셈이라 상록숲의 취사가능지역으로 가서 요정들이 만들어 놓은 목탄가스 화통을 구경하죠. 신기해요. 목탄가스 화통의 원리라는 것은 나무를 가득 담아놓고 밀폐한 화통 밑둥의 구멍에 불을 지르면 아랫쪽부터 타오르니까 공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나무가 타게 되고 따라서 불연소한 나무의 연기가 화통 윗쪽의 구멍으로 나오게 되는 원리라는거죠? 그리고 요정들이 나무 태우려고 시킨 것은 잘 알겠고 불 지르다 숲 태워먹으면 쫓겨날 준비하라고 하고 소방차를 부르더니 유유히 사라져요. 한낱 호기심을 위해서 남에게 방해를 주면 안 되겠죠. 근처에 목재상이 있어서 톱밥과 부탄가스를 얻어왔어요. 화통에 톱밥을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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