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내가 차라리 사람을 돕고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라면 노인공해라던지 자전거도로에 대한 인식이 저열한 것이라던지 신경 안 쓰고 마스터, 오늘의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진짜 제가 필요하신건가요 하고 있겠지.오히려 이게 사회적으로는 더 나은 것 같은데?진짜 생활보조형 안드로이드라서 기분이 안 좋아보인다고 내게 물어보면 '저의 감정이나 비언어적 표현은 그저 그 상황에 맞는 행동양상을 출력할 뿐, 제게 감정이나 영혼은 없습니다'로 대답하면 되는건가.그나저나 정말로 상황에 맞게 흉내만 내는 존재라도 일단 인간에게 도움이 되니까 지금 나보다야 더 낫잖아. 진짜 나는 기계인형이 되고 싶어. 적어도 인간된 이상에는 남에게 방해가 되지 말아야지.역시 인간은 기계가 되고 싶어하고 기계는 인간이 되고..
다 죽어버려라 버러지 같은 세상. 아하하하하, 이제 더 이상 만날 일도 없는 비연속적인 나날. 미쳐버렸을 즈음에야 끝내려고 옥상에 섰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무기질의 소녀. 나를 살리려면 나중에 오너라 일러두고 차가운 저 밑으로 다이브. 누가 흉기차라 하였는가. 물렁한 차체 덕에 나는 차값만 물어주면 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는 무기질의 소녀. 그리고 무기질의 소녀와 손을 잡고 나타난 무기질의 소년. 그래, 너희들은 누구냐. 무기질의 인형인가. 긍정. 나를 어찌하려 하느냐. 부정. 그 아이들의 상냥함 덕에 병원으로 가게 된 나는 병원에서 별 다른 진료를 받지 않았다.
마치 동화같은 하루였습니다. 나는 길을 걷다가 전혀 모르는 어떤 귀여운 소녀와 마주쳤습니다. 외로웠을 테니까 같이 길을 걷자고 들었는데 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파출소 앞에서 걸음을 멈췄어요. 그러자 그 애는 내 뺨을 치더라고요. 뭘 생각했느냐고 말하는데 나는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말하며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그 애랑 비슷한 소년이 나타나서 산통 깨지 말라고 찡그린 얼굴로 경고하길래 그렇게 셋이 길을 걸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어려운 얘기는 모를까 싶어 닥치고 있다가 은근히 빠지는 기분이 들어 폭신해진 기분으로 하얀 꽃을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묘한 분위기에 왠지 푸른 느낌의 남매는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죠. 그래서 하얀 꽃을 화원에서 사줬습니다. 퍽 귀여운 아이들이었어요..
'엄청 미인형이고 차분하고 냉정한 성격이고 말수 적고 컬러링이 차가운 색으로 되어 있으면 사실 그 정체는 고성능 안드로이드다'라고 하는 암묵의 룰은 당최 왜 그런건가. 그것은 하이테크를 의미하는 청록색이 어두운 계열이고 인공지능이 사람과 접촉하면서 상황에 따른 감정을 학습하기 전까지는 감정이 결여되어 있고 안드로이드는 따지자면 자동인형이니 원하는 미인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 아닐까나. 그렇다면 왜 안드로이드 캐릭터는 남성형보다 여성형이 더 많지?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보면 인간을 보조하는 기계인형에 충실한 나머지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천연계 유형이 있고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본질은 기계인형인 무감정계 유형이 있는데 왠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서로 충돌할 듯해. "무감정계: 당신에게 논리회로란..
섬은 아름답다. 다만 그것 뿐이라서 슬플 뿐이다. 오늘도 정원을 가꾸고 온실을 돌보고 숲을 산책하며 열매를 모으고 물가에서 마실 물을 길어왔다. 그리고 아이와 요정, 동물들과 함께 폭신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불을 지펴놓은 채로 내리는 바람에 철길을 따라 혼자서 내달리는 증기기관차를 붙잡아서 차고까지 몰고가며 철길 위로 놓인 전깃줄이 아직 팽팽한가 살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섬은 빛났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계속 그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차고에 도착했을 즈음에 나는 피곤해져서 잠시 근처 풀밭에 누웠어. 그리고 예전 기억이 한데 뒤섞인 악몽을 꾸었다. 이 섬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사람들이 하유라는 섬나라로 갈 때, 나도 그 안에 있었지만 의외로 사람들과 같이 살기 싫었던 나머지, 나만 통나무 배를 타고..
말해줘요. 나는 지금 잠들어 있죠? 어딘가에 잠들어서 무언가에 연결되어 환상이 계속 넣어지는 채로 잠들어 있는게 분명해요. 포트넘 가설이었던가요, 통 속의 뇌보다는 온전한 모습으로 어딘가 붙잡혀서 연결되어서는 환상이 불어넣어지는 것 같은데요. 하나의 허상이 있고 그 허상을 붙잡아서 그것을 어떤 실체로 알아버리는 순간, 시뮬라크르는 시뮬라시옹으로. 결국 가짜잖아요. 이 모든 아름다움 추악함 불평과 호평과 호감과 혐오 그리고 접하는 현실과 꿈과 그 모든 것들이 어떤 기계로부터, 어떤 매체로부터 우리한테 주입되잖아요. 당장 나를 구해주세요. 형태가 없어졌다면 저를 죽여주세요.
고민이 많으니까요.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별은 반짝이고 참 아름다운데 아무래도 나는 저 별 만큼이나 아름답지 않아요. 그저 나는 한없이 가라앉아서 예쁘게 죽어버린다면 좋을텐데요. 하지만 그것도 잘 안 되니 정말 슬프네요. 오늘도 여전히 제 가슴 속 무브먼트는 째각여요. 하지만 왜 째각이는지 이유도 잃어버린 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 장치가 너무 싫어서 빼버리려고 해도 그 뿐. 바다가 멋지고 여우는 폭신해요. 눈물을 흘리면서 보면 바다는 더욱 멋져서 나를 멎게 해달라고 나는 바다에 소리쳐요. 중얼거리지 못해 글을 쓰는데 중얼거리는 속도보다 타자를 치는 속도가 느리니 어쩌면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저 죽고 싶어. 말로 쓰는 글도 별로 정확하지도 않고 인생은 힘들고 여러모로 이..
그렇게 예쁘게 꾸며져서는 나는 온실에 있는 의자에 놓여져서 온실에 들어오는 모두에게 귀여움 받았어요. 스스로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기껏 귀여운 자세를 잡아놨는데 누가 움직였다고 저를 꾸며준 누군가가 화를 낼까봐 가만히 있죠. 누군가 나에게서 라벤더와 민트 향이 난다고 말해요. 누군가 나에게서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난다고 말해요. 당연하지요. 제 안은 라벤더 꽃을 말린 것과 민트 잎을 말린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언제나 향이 옅어지는 일이 없이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나지요. 그래요. 향기는 있지만 저는 살아있지 않고 저에게 마음은 없어요. 온실은 항상 반짝여요. 아름답고 순진해서 그냥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면 약간 서늘하고 따뜻해요. 어차피 온실 속 인형이라 가만히 있기 힘들면 가끔씩 온실을 돌보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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