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꽤 괜찮다. 그렇게 몇 년을 살 정도면 어느 나라보다도 교통수단은 엄청 좋다 못해 과다공급 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여긴 정말 대단하다. 버스도 철도도 트램도 대단하고 자가용을 갖고 다니는 것도 다른 나라들보다 쾌적하다. 다만 자가용 유지비가 비싼 편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오늘도 내 차에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로 나간다. 내가 살고 있는 남서구는 전철을 타는 선택지가 탁월하지만 트램이 의외로 적절하게 움직여줘서 오히려 사고율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지하로 묻어달라는 민원도 많이 들어오지만 마을사무소와 구청이 씹어줘서 다행이야. 트램 노선을 중심으로 버스가 뻗어나간다.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나들목을 올라가 경계선 녹지를 지난다. 그렇게 중앙으로 들어서면 일단 나의 목적지이자 일터인 자동차 매장..
문득 잠에서 깼다. 왜건의 트렁크를 열고 뒷좌석을 다 젖힌 뒤에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아늑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상록숲 안 쪽의 호수에서 눈을 뜬다. 너무 늦게 잤나, 뻐근하다. 뒷좌석에 만들어놓은 잠자리를 치우고 식사를 하러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사실 이 자동차, 하유국에서 디젤을 못 태우게 해서 기름 다 빼고 들여와서 정비만 했는데 얼마 전에 블루크루드인가 뭔가가 풀려서 정말 한가로이 캠핑을 즐기고 있던 중이었다. 여기, 상록구는 온통 숲이다. 북서쪽으로 달려 경계선녹지가 나오고 북서구 표지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무래도 행정구역 하나를 이렇게 숲으로 나두고 가장 키 큰 나무보다 높은 건물을 못 짓게 하는 그것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자동차는 석유를 태운다며 시동 거는 순간부터 추방이라길래 오늘같..
무료함은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지루해서 출퇴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씩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언덕으로 가거나 전철에 기대어 너른 사탕무밭이나 숲 속으로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만큼이나 평온하고 집에서 메이드 놀이를 계속하는 루미와 계속 마당에 찾아오는 하얀 냥이와 장난치며 자동차는 잘 있냐면서 놀리는 앨리, 어째서 요새는 차를 잘 안 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공영주차장 경비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전부다. 이제 그 모든 설정이나 요소의 틀에서 벗어나 꽤 자유롭게 움직이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된 상상도 해보고 유령에게 푸딩을 요구당하거나 일종의 인형이 되어 주인님에게 사랑받다 버려지는 상상에 빠지고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손을 델 뻔했다. 그리고 나리는 조심하라면서도 혀를..
신기한 일들은 그렇게 쉭쉭 지나가고 진짜 그곳에 암초가 있는지 확인하려 구태여 남동 바닷가에 가보기도 하고 나리에게 인형 마녀를 만난 얘기를 하니까 그런 애였냐고, 왜 여기를 그렇게 소문냈는지 모르겠다고 짜증을 내긴 했어.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딱히 없는 보통 하루가 흘러갔다. 카페는 평소대로 손님이 없고 숲은 가깝고 심심해서 켜본 뉴스에서는 먹을 것을 안 축내는 대체에너지 제작 공정을 도입한다고 해서 피셔-트로프슈 합성이네 뭐네로 시끄러웠다. 그리고는 이제 곧 비식용 바이오매스 연료화 공정이 도입되니 연료사용제한을 피셔-트로프슈 합성법으로 제조한 블루크루드에 한해서 풀어버린다는 보도였다. 나는 우려스럽지만 따르라면 따라야지. 한 번은 프로판 창고가 터져서 미세먼지로 죽어났던 하유섬이 갑자기 유하게 변한..

올드카 통관에 대해서 알아보면 전부 다 포기하라는 답변이 달리네요. ABS, TPMS, VDC, OBD가 안 달린 자동차는 이제 등록이 전혀 안 된다고요. 하지만 진짜 타고 싶은 차가 있다면 등록해서 공도를 달린다는 것까지 가능해야 맞겠지만 이런 것들이 틀어막히면 이렇게 좌절이 심하던가요. 우선 제가 바라는 올드카는 이 녀석입니다. 시트로엥 2CV로 국내에 세 대 정도가 넘버 달고 다닌다 들었는데 해외에는 리스토어 해서 팔아버리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한국에는 정식 수입이 되기도 전에 단종되어 보기 힘들죠. 그리고 현재 법규에 따르면 극강의 깡통이라 어떻게 등록을 할 지도 문제고요. 그래서 저는 국민신문고에 다음과 같은 민원을 올렸다가 취하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교통상황은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유리되어 ..
밤고양이 소동도 지나가고 나는 어찌저찌 또… 출근했다. 그냥 그랬다. 미니라는 자동차가 이제 마음에 들게되어 프라이가 위험하다. 그 정도로 끝이다. 하지만 어디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프라이드가 유명하기는 하지만 어디에서 계속 나오고 있지도 않고 그냥 가지면 만족으로 끝나는 미니는 부품수급이 좋다, 그 뿐이다. 그리고 영국에는 이제 자동차 회사가 하나 빼고 다 없어졌지 않는가. 그런 것으로 고민하느니 차라리 나는 지금 있는 내 차라도 지키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니까 차가 모자르든 아니든 일단은 있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길가에서 차를 몰고 있노라면 서툰 실력에 힘입어 저런 고물차를 몰고 다닌다는 사실이 나에게 경찰을 만나게 해준다. 휘발유를 밀수했느냐는 말에 이미 ..
일이 끝나면 나는 계란 프라이 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걸고 1단 반클러치와 엑셀을 동시에 주면서 출발한다. 간선도로 요금소에서 요금내는 것도 솔직히 너무 수월했다. 나리 녀석이 그냥 준 깡통이나 경비가 넘겨준 이 계란 프라이나 오십보 백보다. 다만 계란 프라이는 히터에 에어컨에 라디오가 되지 않던가. 그것을 위안삼으며 파란색 달걀 프라이를 집 근처 공영주차장까지 몰고 가는데 경비가 용케 그걸 타냐고 놀라더라. 그러면 깡통 타보시겠냐고, 난방과 냉방이 안 되고 승차감도 깡통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더 이상 나에게 묻지 않더라. 그러나저러나 자기가 준 계란 프라이는 어떠냐고 하니까 나는 일단 저렴함의 끝에 남을 자동차를 두 대나 갖고 있으니까 한 대는 놀겠다 싶다고 얘기해 두고.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할 필..
링크를 누르면 사이파 기술지원 사이트가 나온다. 아랍문자라고 겁내지 마라. 아랍어가 아니라 페르시아어다! گروه خودروسازي سايپا 이 글을 읽는 네가 또르날드 뜨람프도 아니고 고작 문자 하나에 쫄면 쫄보 인증인 것이다. 저 아랍문자는 그냥 '사이파 오토모빌 그룹'이라는 뜻이다. 진짜 멍청한건지 아니면 알라의 계시를 받은 것인지 자기네들이 조립한 자동차의 정비지침서를 조건 없이 무료로 풀고 계신다. 그런데 얘네들, 고유모델 없고 기아 프라이드 설계 사다가 막 이리저리 개조해서 젤나가 맙소사스러운 픽업도 만들고 다치아 로간 1세대도 조립생산하는 그런 녀석이라서 왠지 지적저작권 도둑질 아닌가 싶네. 그거 다 너네꺼 아니잖아…. 위 사진이 사이파의 프라이드 마개조 중 하나인 151 픽업. 젤나가 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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