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면적 1,210.5㎢ 정도의 작은 섬나라에 철도와 도로망이 잘 되어있고 관광원예를 기초로 합성석유에 기반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면 유토피아려나. 그리고 주요 교통수단이 자전거를 위시한 이륜차라서 자동차보다 취급이 더 좋다면 현실과는 너무 반대인데? 거기에다 조심스럽고 부끄러워 하는 국민성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이 나라는 현실과 다르다고 느끼고 도망치려 한다면 더더욱 신비하겠지. 마치 그게 봄 가을만 있는 것 같이 일 년내내 서늘하고 시원한 기후 탓이라면 더더욱.
하유국 정부는 의욕적으로 관문암초를 매립해서 만들, 해저터널로 본섬과 이어지는 공항 계획과 북서쪽 사탕무 농장과 설탕 공장이 있는 곳에 합성연료 공장을 세울 계획을 원조로 요청했다. 또한 이 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차 강요할 것이고 국제의결을 보이콧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했고 이런 원조를 나중에 어떻게 갚을거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내각에서는 이 모든 것은 원조로 해결하되 하유섬에 필요한 것들이고 나중에 하유섬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그 빚을 갚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그 예언은 매우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유는 변변한 산업이 없었다. 관광이나 우표를 파는 것 외에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딱히 없는 탓이었다. 다른 선택지를 찾기 위해서 하유국 내각이 몇 번이고 해산되고 다시 구성되기를 반복하기만을 여러번 하며 겨우 얻어낸 성과라고는 국제연합에서의 발언권을 얻어내기 위해 외교전이 펼쳐진 것 외에는 없는 피곤함이 이어질 뿐이었다. 여러가지 불리함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주변에서 하유는 작고 잘 안 알려진 섬나라라는 것만 증명받던 나날이 이어지던 중, 하유국은 국제연합에서 겨우 30분의 연설을 하게 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가입은 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국제연합에 가입하려는 노력이 3년을 끌었다. 아주 생판 알 일이 없던 무주지였던 섬에 있는 나라에 관심을 주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듯이 하유가 나..
언제나 그렇듯이 바퀴달린 것을 몰고 나가는 것도 일이기는 하지만 그게 하물며 내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다면 어떨까. 그도 그럴 것이 남서에서 중앙으로 그 밀려드는 가운데로 달려드는, 그리고 바퀴의 수도 여럿에 고속도로로 잘 빠져주지 않는 흐름과 뒤에서 언제 출발해야 될 지 모르겠다는 트램과 있으면 마치 조그만 우울에 젖어든다. 어차피 하유섬에서는 49cc만 넘어가면 고속도로에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으니 부담감에 네 바퀴를 팔고 두 바퀴로 갈아탈까도 생각을 했던 내가 어차피 그런 문제라면 나중에라도 몸으로 갚자며 일단 지금 내 능력을 쓰는데 몸을 사리는 나는 조그만 우울 속의 광시곡 안에 놓여있었다. 그것이 고전음악과 재즈 사이에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던 간에 내 앞에 놓인 정체가 마치 전개부처럼 풀리기 바라..
마법의 섬나라가 있어요. 편하게 운전할 수 있어서 숲 속으로 소풍을 가기도 해요. 내연기관을 싫어하는 요정들이 가끔 돌을 던지려고 하는 것만 조심하면 숲은 고요하고 잠들기 좋아요. 마법의 섬나라 사람들은 순진하고 탈속적이라서 돈으로 사기보다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편을 택하죠. 서로에게 신세를 졌다면 스튜를 만들어서 상대에게 찾아가는 귀여운 사람들이에요. 마법의 섬나라 남서쪽 해안가에 트램이 다니는 좁은 길가 임대주택단지에 제가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살고 있어요. 여기에서 살기에는 모두가 양보하려고 하고 과하게 친절하고 선량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동화적인 면모가 몇몇 사람들에게는 안 맞나봐요. 동화적이고 탈속적인 사람들이 사는 하유국에 오라는 귀화장려 포스터가 있긴 해요. 하지만 이 마법의 섬에서 ..
여기는 낮은다리 위. 오늘도 믿음직한 다치아 로간 녀석과 자동차세 아깝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여기로 와버렸다. 바닷물이 아래로 출렁거리는 느낌이 나쁘지 않은, 그렇지만 왕복 4차로의 바닷둑 같은 낮은다리 위에는 남동에서 북동으로 바로 가려는 이들이 이 다리를 건너 지나간다. 문득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쬐고 클러치 조작에 지쳐가면서도 일단 놓았다 붙였다가를 반복하며 나아간다. 어차피 들어왔으면 끝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나갈 수가 없다. 그런 점을 노려서 여기에 일부러 온 것이기도 하지만 도중에 정차대에 세워서 커피라도 한 잔하고 북동쪽에 있는 카페가 많은 그 거리를 향해 가는 여정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핑계거리를 잘 찾았다 싶다. 그렇게 바닷물이 잔잔하게 바로 밑으로 찰랑이는..
여기는 이상한 나라야. 아무도 아무도 그 누구도 남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지. 다치고 죽어가도 그건 다 내 잘못이래. 그래서 나는 이미 지쳤어. 저 물만이 나를 고요히 잠들게 해줄거야. 그럼 잘 있어. 그럼, 이제 나는 지쳤어. 더 이상 기대하고 뭔가를 해봐도 세상은 표리부동해. 이제 그만 나를 내가 놓아줄 때가 왔나 봐. 그러면 여기 말고 하유섬에서 만나. 하유국의 첫 관문은 관문구에 있는 국제터미널이다. 하유국제공항과 하유항이 그곳에 있다. 이곳을 건설해주는 조건으로 하유섬에서는 쓸일도 없는 무기를 받았지만 여튼 여기는 하유국으로 입국하려면 누구나 거치거나 혹은 여기에만 머물러야 한다. 왠지 하유국 여권이 있어서 입국심사는 잘 받았고 왠지 되살아나는 기억을 더듬어 열차를 탄다. 왠지 550mm의 승강장..
허어, 오늘도 또 막히는군. 새로운 도로가 오늘 정오에 개통한다고 한다는 것은 이미 라디오와 도로전광판을 봐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습정체가 일어나는 구간이 하필이면 오늘 새로 개통하는 고속도로와 만나는 분기점이라니. 그리고 지금 시간은 아직 11시 40분이다. 어서 빨리 상록으로 가고 싶고 자동차가 내는 열기에 지쳐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고마는 환경에 해로운 짓을 하지마는 오히려 정체되는 도로가 환경에 나쁘지 않나 생각을 하다 그냥 단념하고 1단에 넣고 클러치를 꾹 밟고 있는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흐르고 어디선가 마무리 작업으로 경적을 울리면서 갓길을 지나가는 것 같은 흐름을 본다. 시계는 11시 50분을 가리키고 내가 타고 있는 루마니아제 싸구려 자동차는 진짜 시간이 안 간다고 말을 문득 ..
시동을 걸어본다. 쉽지 않다. 평소에는 걸어다니고 심지어는 자동차세 내라는 편지나 자동차보험 관련한 통보가 날아올 때면 참 괴롭다니까. 오늘도 역시 자동차세 아까워서 차를 모는 형편이다. 그렇게 12 CE 2872 번호판을 단 은빛의 2008년식 다치아 로간에 시동을 건다. 인젝션 엔진이 왜 이렇게 카뷰레터스럽게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겨우 주차장을 나와서 제일 먼저 향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갑자기 쓰레기 처리의 대안이라면서 합성공정을 더 빡세게 굴리는지 더 저렴해진 자동차 연료 가격이 이래도 괜찮은가 수준이라 조금은 의심을 가지며 계산 끝내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고. 그렇게 달리는 간선도로는 막히지 않고 단순하다 못해서 투박하게도 느껴지는 B세그먼트의 루마니아제 싸구려 차는 시속 78 킬로미..
하유국에는 군대가 없다. 군대를 만들고 외국 군대를 주둔하는 것이 폭력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지만 테러나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소한의 준무장은 하고 있는데 그들이 특수경찰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비칭인 전투경찰이나 폭력경찰로 부른다. 특수경찰, 일명 특경은 군사경찰 느낌으로 존재하며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대테러 업무를 주로 맡아서 움직인다. 하지만 누가 연료도 합성해서 쓰고 내세울 산업은 원예와 관광 정도인 작은 섬나라를 테러 대상으로 삼는다고 처들어 오겠는가. 여태까지 진짜 총은 쏴보지도 못한 만약의 대비책이다. 생긴 이유가 걸작인데, 솔직히 하유국 사람들은 군대 창설을 내각 차원에서 저지시킨 역사도 있고 허구한 날 경찰이 성난 사람들에게 잘잘못과 원한을 배로 따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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