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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시문

수원행 시외버스 안에서

두번의 봄 2018. 1. 4. 18:10

오늘도 여전히 공허해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나왔지.

노트북은 작은 것이 좋다고 누누이 말했었는데 아빠는 듣지 않았어.


좀 멀리 도망치는 것도 돈이 필요해.

어느 정도냐면 많이 필요해.


안산시 소속 낙도인 풍도,

아름다운 천리포수목원,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지는 마장저수지,

그리고 익숙한 것이 오히려 낯선 수원터미널 주변.


나는 당최 왜 무료해하지?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나.


오늘은 노트북을 들고 나왔지.

키보드가 마음에 들어.

너무 커.


가려워서 ㅈ…맛있ㅇ….

좀비가 되어가는 느낌.

그리고 수인로로 들어와 수원으로 향하며 과속하는 시외버스는 노선이 너무 짦아.

왜 이 노선이 시외버스냐고 할 만 하지만 그래도 단거리를 가면 시내보다 싼 운임에 안도하고

이제 버스가 수원에 접어들고 서울에서 운전해 오는 길가를 지나면

무엇해도 조금 익숙해서 오히려 낯선 서수원이라니.


아무런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이라면,

아예 사람도 아니라 인형이라면

모두가 그나마 나를 귀여워해줄까.


결국에는 무료한 좀비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런 생각이 오히려 마무리가 지어지고

이야기가 이어지고

아무래도 내가 인형이면 더 좋겠을,


스위치가 켜진 마젠타 고무장갑 색의 시외버스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