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려! 눈을 떠! 앞을 봐! 뭐가 보이니? …보이기는 하는거니?
국도 42호선. 이 국도가 어디로 이어지는 지는 얼마나 중요하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좀 난감하다. 변속기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딸각이며 실상으로 보자면 액추에이터가 대신 해주는 변속을 즐기는 꼴은 마치 내가 운전 조무사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309번 턴파이크로 들어간다. 어디쯤에서 운전대를 꺾어야 하는지는 도로의 모양이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청계산 자락의 어느 풍경을 지나 잠시 배가 고파져서 의왕톨게이트에 차를 세운다. 직각주차에 익숙하지 않기에 미안하지만 남의 차를 긁는 동시에 내 차도 긁었겠지. 그렇게 편의점으로 들어가 킷캣 하나, 민트 카페라떼 하나 사서 좀 마시고 있다가 자기 차가 긁혔다고 짜증내며 그대로 서울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는 얼간이 새끼가 떠났고 나는 내가 타..
기계와 나를 연결하는 선에는 과전류가 흘렀다. 그냥 서로 사는 것이 지겨워 조금이나마 이질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고장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항상 정신을 잃고 수리당하기를 몇 번째 하면 이제는 이런 상황은 뭐, 어쨌든 익숙해버려져야 한다. 그러는 상황에 익숙해지는 사이에 나는 완전히 로봇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려 '나'라는 것은 결국 '나의 뇌'를 지칭하는 것이지 '나의 몸'을 지칭하지는 않는 것으로 되어버리고 사람이 아닌 인형으로 취급되지만 사람이었을 때보다 소중히 다뤄지는 반어가 있었다. 그 반어 속에서 물리적으로 유리되기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면 아플리 없는 머리가 지끈거린다할 정도라면 이해할까. 사람으로 살면서 사람들은 적어도 서로 편가르기 좋아하고 본질이 사람인 나도 그곳에서 평생 자유롭지..
해야, 져라. 뜨겁다.
귀여운 자동인형 소년. 온실 속에 살아요. 세상을 잘 몰라요. 세상이 무서워요. 지쳐서 쓰러지면 여우가 폭신해. 목 마를 때면 샘이 눈 앞에. 우울하지만 반짝이는 세상 속 왕자님같은 인형은 어느새 세상 밖으로 끄집혀졌어요. 보통의 못생긴 아이로 현실을 살면 이렇게 형편없어지던가요. 조금 더 걸어가면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현실 속에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어떤 온실 속 귀여운 자동인형 소년이 있었어요. 죽어서 다시 자신의 온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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