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바다소리를 듣다가 낚시대를 드리우면 아마도 낚이는 물고기도 없이 가만히 출렁이는 낚시줄이 불쌍해요. 그래서 나는 낚시는 그만 두었어요. 반가운 누군가는 내 응석도 받아주고 참 상냥하지만 나랑 닮았다고 그러면 화내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하면 그냥 마냥 슬퍼져서 그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요.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나요. 온실은 환하고 귀여워요. 그래서 온갖가지 향기롭고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이 언제나 인사하는 그 안에서 나는 언제나 진짜같이 생생하고 빛나는 꿈을 꿔요. 그리고 목이 마른 아이들에게 물을 주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문득 슬퍼지면 다시 바닷가로 가서 눈을 감죠. 철길에 기관차가 자기 혼자 굴러가는 때에는 기관차를 따라잡아서 세우고 여우나 고양이가 같이 놀자고 하면 숲 속을 같이 산..
사회가 준비 안 된 누군가를 내친다면 내쳐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냥 잠만 자게 되고 공허함의 나락으로 내쳐져버리면 다른 세상으로 여행이나 가려나. 공허히 돌아다니는 것도 질려서 물려가면 취직하고 싶으나 그렇개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기성을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 할수도 없다. 그저 철밥통 지치려 아랫쪽 고혈이나 쭉쭉 빨고 겨우내 살아가는 기름벌레일 뿐일테니까. 그렇게 나는 언젠가 세종대로를 걸은 적을 떠올린다. 국가가 국민을 우롱하려던 시도를 똥으로 복수한 그 건너편 사선 20도 즈음에는 프레스 빌딩이 있다. 공익광고 기구가 그 건물 6층에 있는데 지날 적에 화염병을 던지고 싶다. 공익광고 기구가 왜 국가 기관이어야 옳은지, 네덜란드의 사례를 제외하고 말해준다면 납득하겠지만. 열차는 절연구간을 지났..
오늘날의 생각은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을 바라고 있어. 그러면 어떤 순진한 인형이 나에게 물어보지. 그런 사라짐이 과연 어떤 의미냐고.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하면 갸웃거릴테고, 사람들이 그것을 원할 뿐이라고 하면 놀랄테고,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면 생각만 하다 고장날테지.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좋을까.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조용히, 조용히 있었어. 그런데 순진한 인형이 말하길, 내가 울고 있대. 우울하면 자신을 껴안고 쓰다듬어도 좋다고 자신은 인형이니까 그래도 좋다고 제발 행복해지라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얘기해. 나는 이리 오라고 하며 순진한 인형을 쓰다듬어. 그리고 말해주지. 오늘날의 생각이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을 바라는지를. 바로 네가 우울하면 자신을 껴안고 쓰다듬어도 좋다고 자신은 인형이니까 그..
오늘은 화랑대 철도공원 예정지를 갔다왔다. 하지만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려 서울 6호선 화랑대역부터 철도공원까지 건널목이 두 곳인데 깔끔하게 철로가 철거되어 있다. 그러면 당최 어떤 방도로 선물받은 노면전차 두 대 굴리려고 철도 건널목을 다시 만들고 직류 600V가 흐르는 전기선을 까나 싶은 것이다. 끊어진 건널목 두 개는 다음과 같다. 총체적 난국이다. 아마도 노원구청장님은 자기가 맡은 치적사업이 이거라서 이거라도 하고 싶으신 생각이겠지. 하지만 철도가 도중도중에 끊겨서는 움직일수도 없는 상태라니 실망이었다. 게다가 철길이 남아있는 쪽도 보도블록이나 나무판자가 철길 사이에 놓여서 그대로 열차가 갔다간 탈선할 성 싶은 부분도 곳곳에 많았다. 바로 이렇게! 여기 위로 바로 열차가 ..
잠들어라. 잠들어버려라. 어차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진짜, 눈 앞에 없는 것이 가짜. 그런 상황에서 내가 둘로 나타나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고 공통점이 많고 어떤 식으로 구별할 수 없으나 하나는 인형이라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아마도 내가 지금 무표정하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상황이 어떤 감정이나 사고를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그저 자동적으로 글을 쓰게하는 어떤 기질이나 어떤 본능은 아닐까요. 당신은 자고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진짜로 당신은 깨어있나요? 이미 다가온 특이점에 우리는 속고 있고 마주치는 누군가가 사실은 인공지능이라던가 아니면 인식론 체계도 가상현실이라던가 아니면 사실 우리가 공유되는 어떤 누군가의 꿈에 초대당한 불특정 다수일 ..
자, 모두들 내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엄청 사랑스러운 세계를 꿈꾸고 있어요. 숲과 온실과 하얀 인형들과 요정들이 있는 세계예요. 하얀 꽃과 맑은 물가와 상냥한 우울함이 있는 곳이에요. 조그만 열차가 달리는 철길과 자그마한 샛길이 사랑스럽고 인형들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톱니바퀴 소리가 깨질 듯이 아름다워요. 물론 인형들의 무브먼트 소리를 듣느라 그 아이들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난감해하면서 부끄러워 하지만. 나의 집은 온실이랍니다. 온갖 향기롭고 먹을 수 있는 풀과 나무들을 심어 가꾸지요. 포근하고 조심스러운 고양이 녀석들이 들어와서 야옹거리기도 하고 귤나무에 열매가 열려 새콤함을 즐기기도 하고 박하와 백리향 향기에 진정하기도 해요. 하지만 역시 혼자 인형처럼 놓여있다가 우울함을 가져가주는 요정에게..
차라리 저를 먹을래요? 어차피 당신에게 나는 하나의 케이크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그저 이교도 잡탕이 싫어 뛰쳐나와 신이 없다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구원이고 신이고 없다하는 사람인데 그 의미를 나에게 무엇으로 그러니까 내가 모르거나 알고서 불쾌해진 그 의미를 비약으로 치부했군요. 맛있겠지요? 피를 좀 내볼게요. 그 달콤한 시럽이 몸에 떨어져서 당신은 나를 보고 맛있다 하시겠죠. 먹을래요? 맛있겠죠? 당신은 아무런 음식에서 느끼지 못했던 아주 달콤한 맛을 느끼고 행복해지는 그 즈음, 나는 당신의 포크에 찔려서 나에게 달콤하고 맛있다 속삭이는 당신에게 꽤 처참한 모습이 되어가며 잔인하게 먹히고 있어요. 그래요. 내가 그토록 달콤한가요? 그럼 행복하시길!
새하얀 인형. 오늘도 꿈 속에 나타나 주었지. 항상 폭 안겨서 자기를 싫어하고 있냐고 묻지.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 너무 순하고 귀여운 아이지만 매우 우울하고 덧없는 아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한껏 귀여워해줄 수도 없어. 나인 것 같아서, 이 아이가 우울해하는 이유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이유 같아서. 어쨌든 그 아이는 정원섬에 살고 있는 굉장히 순하고 하얀, 그리고 웃는 얼굴이 귀여운 아이. 나는 오히려 그 아이랑 만나서 여러가지 말 없이 서로를 소중한 인형처럼 데리고 노는 것을 즐겼다. 서로의 이야기도 조금씩 나누고 귀여운 옷도 입혀주고 또한 서로가 가진 새하얀 무언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했다. 모든 것이 아름답다.
뭔가 쓰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그것들을 글로 옮기면 신기하게 오타율도 낮고 언제 이렇게 썼는지도 모르는 글을 쓰고 말지만 어차피 뇌의 발작 비슷한 것이라면 나는 관자놀이에 총알을 박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진짜 발작과도 같이 지끈거리는 머리와 글을 쓰라고 빼액거리는 그 느낌은 진짜 지랄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형들과 나는 어쩌면 진짜 하려는 일이 없어서 그저 온실에서 빈둥거리는 처지이다. 보일러를 끄지 않아 스스로 굴러가는 기관차를 잡고 그러면서 온실 속을 잘 관리하면서 아무래도 재수없고 독기 서린 말을 던져대며 어떤 하나는 난감하게 만들고 어떤 하나는 상처입히겠지. 그러는 자신도 반은 인형이라서 결국 섬은 인형만 셋인 셈이 된다. 젠장맞을 이 현상 때문에 이런 글을 쓰기도 ..
고요하고 귀여운 세계와 그 한가운데에서 그 어떤 분위기에도 어울리지 못하는 나와 곱게 갈아서 잼 병에 담아 물을 붓고 차가운 돌틈에 하룻밤 나두면 내려지는 커피와 순한 폭군인 상냥한 토끼, 그리고 월귤나무 열매의 빨간색을 가만히 지켜보며 감탄하는 나. 몽롱한 어느 섬과 그 섬에 심긴 나무들을 살펴보아요. 백리향과 복숭아, 무화과와 로즈메리, 커피와 육계, 또한 라벤더. 또한 그 곳에도 있는 토끼와 고양이, 그리고 너무 상냥하고 마음이 여리면서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유약한 요정들이 그곳에. 우울한 꿈이에요. 깨고싶지 않아. 매우 귀엽고 아름다운데다 라벤더 밭은 넓어서 마치 보랏빛 천과 같고 향기로워요. 현실이 아니고 그저 나는 꿈을 꾸고 있겠죠. 마음씨가 착하고 여린 요정들, 아니 착하고 여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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