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물가는 저기 숲 속에 솟아있는 봉우리 끝에 있는 용천에서 흘러나온다고 하지. 그리고 나는 고작 컵 하나를 들고 그 용천에 해당하는 여울오름을 오르고 있었다. 다들 컵 하나를 들고서 그저 여울오름으로 올라가는 나를 보고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고 몇몇은 하유 사람들의 특기인 안색 살피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딱히 나는 도움받을 일이 없어. 그저 컵 하나 들고 여울오름에 오른다! 그거 하나다! 여기로 여가를 즐기러 오는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보더라도 나는 꿋꿋이 정상의 여울오름을 향해 걸을 뿐이다. 그게 뭐 어때서 별스럽게 보는거지? 그런데 하나만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나는 컵 하나를 들고 자동차도 1단 기어로 힘겹게 올라가고..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나무를 실컷 피울 수 있는 곳으로 갔어요. 하유섬의 법이 나무 태우는 것까지는 봐주는 셈이라 상록숲의 취사가능지역으로 가서 요정들이 만들어 놓은 목탄가스 화통을 구경하죠. 신기해요. 목탄가스 화통의 원리라는 것은 나무를 가득 담아놓고 밀폐한 화통 밑둥의 구멍에 불을 지르면 아랫쪽부터 타오르니까 공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나무가 타게 되고 따라서 불연소한 나무의 연기가 화통 윗쪽의 구멍으로 나오게 되는 원리라는거죠? 그리고 요정들이 나무 태우려고 시킨 것은 잘 알겠고 불 지르다 숲 태워먹으면 쫓겨날 준비하라고 하고 소방차를 부르더니 유유히 사라져요. 한낱 호기심을 위해서 남에게 방해를 주면 안 되겠죠. 근처에 목재상이 있어서 톱밥과 부탄가스를 얻어왔어요. 화통에 톱밥을 엄청..
들어갑니다. 나오지는 못해요. 반으로 갈려 죽임당하고 형태는 보전했지만 인형이 되고 인형은 되지 않았지만 의욕을 뺏겨서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마치 자유로를 도보나 우마차로 다니려는 미친 놈처럼 행여나 누가 신뢰의 원칙을 깨려 하지는 않나 노심초사 하기에는 지쳤습니다. 나를 치고 지나가세요. 전방에 오비스가 있긴 하지만요. 그렇게 잘못 짚어서 망해버리면 사람은 인형이 되어버리던가요. 잊어버립시다. 우리는 애초에 사람인 적이 없어요. 저기 가로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마치 목 매단 사람처럼 진자운동을 하눈 인형을 봐요. 자기가 고뇌하는 사람인 줄 알았나봐요.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휘저어봐요. 이것도 사람인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요. 이미 깨져버려서 붙일 수도 없고 너무 건조해서 촉촉할 수 없고 너무 거칠어..
언제나 인형으로 있을 수만은 없는 것 같기에 일단은 사람처럼 행동하지요. 사람에 대해서 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진짜로 나에게도 공감과 감정은 존재하지만 사람의 그것보다는 훨씬 어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일단은 나는 인형이고 주인님의 장난감이니까요. 주인님은 귀여운 옷을 권하고 나는 그 귀여운 옷을 입어보지요. 귀엽다고 듣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요. 정확히 모르는 것을 듣고 정확히 모르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아파요. 그 아픈 느낌은 마치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닌데 왜 모르지 하는 느낌과 같아서 어찌보면 주인님이 나를 부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만들지요. 그래서 내가 먼저 나를 부숴달라고 주인님에게 말하면 주인님은 놀란 듯 슬픈 표정으로 저를 어루만지다가 울어버려요. 어째..
항상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는 것도 짜증나게 되는 어느 하루가 시작되었다. 트램이 덜컹이는데 버스랑 다를바가 뭐냐, 뜯어라 하는 인간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도로 위에서 자동차랑 경단을 이루는 것도 보고 쇠 갈리는 소리와 무료함을 때우기 위한 이야기를 위해서 구태여 트램에 오르는 그런 짜증이 언제쯤 끝나나 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 괴로움과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힌 그 느낌, 그리고 종점까지 가보며 무료함을 잊자며 잠이 드는 나를 태우고 트램이 달린다. 별로 그렇게 길지도 않고 그렇게 빠르지도 않아서 그저 이런 느낌에 몸을 맡기다보면 그저 그렇게 녹아내리게 되는 지리멸렬한 느낌을 실컷 느끼자. 그렇게 남서주택단지를 떠난 트램은 고작 두 정류장을 더 지나서 시험정원 종점에 닿았다. 이제 피는 시절인 매화와..
바로 앞에 트램이 서있고 자동차들이 그 뒤로 쭉 서있다. 어차피 트램은 추월하면 안 되니까 안에서 라디오나 들으며 참는 중이다. 그렇게 선로이자 도로 위에 나란히 놓인 긴 뱀과 친구들은 청신호에 일제히 골목을 빠져나간다. 할 수 없으니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숄더체크도 하고 그런다. 그렇게 중앙으로 나오면 긴 뱀은 정류장으로 들어가고 나는 다리를 건넌다. 시킨 물건을 받아가래서 목공소로 갔건만 내 물건이 아직 완성이 안 된 것 같다고 일단은 기다리라 한다. 오래는 못 기다린다고 얘기하며 무리하게 차 끌고 나온 그 가격은 하겠지 세면서 기다린다. 몇 시간을 기다려 의자 하나 내가 시킨게 나온다. 미안하다고, 예정보다 일이 밀렸노라고 사과하지만 어쨌든 나는 다 괜찮아. 미안하다면 나도 미안한거야. 차는 왜건이..
숲을 지나간다. 경유로 움직이는 자그마한 밴이 북서구에서 북동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사탕무 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더 들어가면 왠지 거대하고 웅장해서 경외감까지 드는 설탕 공장과 합성석유 공장이 나온다. 한동안 장난꾸러기 요정이 줄에 매단 낫으로 밭을 절단내고 다녀서 다들 당밀 한 봉지씩 가지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고 합성석유 공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한동안 조이고 기름칠만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괜찮아졌다. 그런데 합성석유 밖에는 못 구한다는 것을 모르는 렌터카 여행객들이 자동차가 헌팅을 해대서 타기가 싫다고 하면 바이오매스부 대변인인 내가 나서서 그거 여기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라고 해도 어쨌든 내가 불편하다 식으로 굴어대니 나는 그저 속이 터질 수밖에. 공장 안의 모두와 인사하고 오늘 상황..
뒤에 매달고 다니는 작고 귀여운 바퀴 달린 집에 살고 있다. 고양이가 야옹거리면 밥을 주고 전화가 와서 이제 일을 시작하자고 그러면 바퀴 달린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들어간다. 여기를 차린 지도 오래되었다. 직접 살고 싶은 집을 사려니 너무 비싸고 짜증이 나는데다 나라에서 주는 집에는 들어가기 싫어서 직접 바퀴 달린 집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공방의 모두는 일이 하나는 끝날 것 같다며 빨리 해치우자는 눈치를 보이고 그렇게 수출 나가는 하나가 완성이 되었다. 누가 항구까지 끌고 갈거냐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걸린 사람에게는 점심값을 얹어주며 잘 갔다오라고 하는 그런 시간이 지났다. 다들 공방을 차린 나에게 깍듯이 대하고는 하는데 나도 여기서 일하는 처지니까 그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수출 나간 것 다..
누군가 어떤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코스프레 하고 그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연기한다고 해도 그 누군가가 어떤 캐릭터 그 자체인 것은 아니다. 만약 그 누군가가 어떤 캐릭터 그 자체로 느껴졌다면 그건 시뮬라크르적인 발상일 뿐이다. 뭔가 하나의 형태가 하나의 형태로 있으려면 본질을 알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본질을 알기 싫어하거나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겉껍질만 보고 이것은 무엇이다 결론을 내리는데 그것이 시뮬라크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원본도 아닌 주제에 그게 진짜라고 느껴버리니까. 세상의 모든 것은 개개인에 의해 재해석된다. 그러므로 개개인이 인식하는 세상은 진실이 아니며 개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이 섞여서 재구성된 시뮬라크르다. 어차피 우리는 자아를 벗어던지고 객관적으로 초월하지 않으면 그 어떤 진리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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