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하얀 인형, 오늘도 온실에서 외로운 아이가 반가운 사람을 맞듯이 나를 맞아주었어요. 그런 수줍고 마음씨 여린 아이와 온실 속에서 티 타임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울고 말아요. 참, 나도 마음이 여리죠.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온실에 오면 안 돼요. 현실과 너무 떨어져있기에 여기에 계속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온실 속 인형은 내 상황은 모르고 여기서 행복하는게 중요하다며 가지 말라고 내 옷자락을 잡지만 나도 이 온실을 떠나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해안 쪽으로 걸어간다. 무엇이 보이냐 하면 악천후 시 통행금지라고 되어있는 바다 수면에 거의 닿게 되어있는 다리와 그 위를 놓여있는 왕복 2차로 위로 달리는 자동차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들이 보였다. 인도에서 가만히 쪼그리고 앉으면 바다가 만져지는 신기한 도로라서 모두들 여기로 찾아오는 것이겠지. 그렇게 바닷가로 나있는 낮디낮은 다리를 건너며 저 건너편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걷는다. 걸어서 도착한 곳은 그냥 해수면에 닿을락말락하는 다리의 건너편. 굳이 설명하자면 미개발지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남동구와 카페가 들어선 예쁜 거리로 유명한 북동구의 경계 정도 되겠지. 어차피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픈데다 카페로 가기 위해서는 구계를 넘어야 하기도 해서 일단은 가까운 카페를 찾아 버스를 ..
이것 봐요! 엄청 투명해요! 너무 맑고 깨끗해서 기분이 좋아질 정도예요. 그리고 내 옆에서는 오붓한 가족의 식사자리예요. 그 사람들은 내 고기로 만든 스튜를 맛있게 먹고 있어요. 맑고 깨끗한 유령은 그렇게 자신이 먹혀서 사라지는 광경을 마치 식사자리를 지키는 하인처럼 보고 있어요. 맛있나요? 맛있었어요? 그렇다면 나에게 정말 맛있는 고기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겠어요? 안 그러면 이 집에 눌러붙을거고 풀터가이스트 일으킬거야. 다들 노린내가 심하지만 기름기가 많았다고 이야기해요. 문득 슬퍼졌어요. 그래서 나는 스르륵 사라져서 어느 공원에 닿았지요. 그리고 풀밭에 누웠어요. 풀밭은 대단히 보드라워서 잠을 자기가 편하고 아름다웠지요. 그리고 그 날, 요정을 만났어요. 푸른 요정이었죠. 우울함을 가져가 주겠다..
내가 사는 곳은 이상한 곳이다. 그런 나라에서 오늘도 자동차 몰고 꽃배달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닐거고, 농사 짓고 꽃을 기르고 사탕무로 설탕 만들고 관광객 들이는 것으로 먹고사는 나라는 금방 망하니까 농사나 원예나 제당산업에서 나오는 찌꺼기로 BTL을 시도해 유전 없는 산유국이 된 작은 섬나라가 있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하겠지. 그리고 백금은 비싸니까 다른 방법 없냐고 해서 찾아낸 메타포밍인가 하는 것으로 휘발유를 개질하는 것도 특이하다 하겠다. 또 이것을 주민들에게 납득시키려고 몇 년을 허비해서 외울 정도로 된 때에 최초의 주유소가 생기고 이렇게 꽃배달 다니는 녀석한테서 BTL이니 메타포밍이니 하는 단어가 나오는 것이 정상은 아니거든. 기름 얘기는 그 쯤하고 내가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살..
사이드브레이크를 풀고 액셀을 준다. 천천히 달리는 42번 국도가 쓸쓸하다.
심각한 꿈을 꾸고 일어났다. 트램이 없어진 도로 때문에 집에 틀어박힌 내가 냄비를 돌려주려 뻘짓하는 꿈이었다. 도로에는 여전히 자동차와 달리는 트램이 건재했고 냄비 얘기는 꿈 속 얘기인 것 같다고 안심하자 새끼손가락을 물렸다. 푸른 요정 하나가 싫은 표정을 띄고 나타났지. 일단은 나가보자. 트램은 그대로 누군가를 태우고 여기저기로 떠나고 있다. 버스도 트램을 보조하고 있고 자동차와 택시는 그 둘을 경멸하는 것도 같았다. 망상이 아마도 꿈에서 나타난 느낌이다. 그런 만큼이나 내가 얼마나 몰려있나 싶어서 그런가 싶어서 일단은 나가보았다. 남서쪽의 분주함이 여전히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어쩌겠어, 여기가 하유섬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니까 내가 적응해야 해. 추워서 옷을 껴입고 나가는 지금이 너무 싫었다. 그렇게..
오늘은 가게를 일찍 닫고 트램이 서는 정류장으로 뛰어갔어요. 그리고 바로 오는 것을 잡아타고 시내에 있는 다른 카페를 가봤지요. 저도 카페를 하는 입장이라 다른 카페에 들르면 배울 것도 많고 괜히 기분이 좋거든요. 같은 북서쪽에 있으니까 거기에서 오랫동안 있어도 되고 딱히 힘들거나 한 일이 없으면 눈을 감고 분위기도 음미하면 좋지요. 오늘 들러볼 곳은 왠지 온실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인데 저는 이런 곳이 부러워요. 여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클라우디 레몬에이드를 시켜서 자리에 앉아 기다립니다. 식사도 하고 싶어서 비둘기고기를 살짝 구워서 넣은 파이도 시켰어요. 이윽고 제 주문이 나오고 받으러 갑니다. 온실 분위기만큼이나 안도 레몬을 기르는 온실로 꾸며져 있더라고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기에 일찍 가게..
다 죽어버려라 버러지 같은 세상. 아하하하하, 이제 더 이상 만날 일도 없는 비연속적인 나날. 미쳐버렸을 즈음에야 끝내려고 옥상에 섰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무기질의 소녀. 나를 살리려면 나중에 오너라 일러두고 차가운 저 밑으로 다이브. 누가 흉기차라 하였는가. 물렁한 차체 덕에 나는 차값만 물어주면 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는 무기질의 소녀. 그리고 무기질의 소녀와 손을 잡고 나타난 무기질의 소년. 그래, 너희들은 누구냐. 무기질의 인형인가. 긍정. 나를 어찌하려 하느냐. 부정. 그 아이들의 상냥함 덕에 병원으로 가게 된 나는 병원에서 별 다른 진료를 받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 서있는 중일까. 어중간한 장소에 외발로 서서 모두가 위험하다며 내려오라는 그 장면에 바로 내가 있지. 그렇게 그 누구도 그쪽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위태로운 외줄을 타고있고 모두는 내가 타고있는 줄 밑에서 나를 걱정하면서도 내가 떨어지면 재미있겠다며 내기를 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나를 바로 체포할 것 같은 경찰도 그 중에 있지. 모두가 힘든 와중에 내가 외줄을 탄다고 해서 모두의 아픔이나 위태로움이 사라지지도 않아. 그렇지만 나는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에 딱히 의미를 두지도 않는 걸. 이미 나의 의미는 종결되었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나의 추락을 바라듯이 위를 바라보고 있고 그런 상황에 나는 당황하지만 천천히 줄을 타고 말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가면서 이런 상황에서 그냥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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