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인형아. 너는 항상 네가 나랑 같다고 말하지. 불쌍한 사람. 당신은 항상 자기가 나랑 다르다고 말하지요. 너는 오늘도 하얗고 사랑스럽구나. 나는 너랑 달리 상냥하지도, 차분하지도 않아. 당신은 오늘도 굉장하고 근사해요. 저는 당신과 비슷하게 마음이 따뜻하고 보드라워요. 하지만 나는 검고 미움을 사지. 나는 너와 비교해서 나의 그 점이 싫어. 그래서 저는 상냥하고 차분하지요. 저는 그런 당신과 같은 것이 너무 좋은걸요. 불쌍하구나. 네가 나에게 붙잡혀 있는 것이. 불쌍해요. 당신이 결국 나라는 것을 알면 되는데.
카페를 찾아보자.그래서 글을 쓰자.누군가 보아도 좋을 글을. 매듭을 묶는다거나,하얗고 보드랍다거나,그 섬에 사는 아이들은 인형이라거나하지 않고서 모두가 보아도 좋은 세상은 썩어서 변하지 않는다거나,무모순의 집합 안에는 참이지만 증명 불가능한 게 있다거나,균등과 평등과 공평은 자본가의 압제에서 해방되어야 가능하다던가그런 이야기를 지껄여보자. 하지만 카페에 고양이가 있다면,그 고양이가 내게 다가온다면,이렇게 얘기할래. 상냥한 요정님,저에게 오셨다면저를 데려가세요.살고 싶지 않아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또 하얀 소년인형은 나에게 안겨오지. 정말 성가시고 기분 나빠. 이게 나라고 인정해버리면 나는 이 아이가 되어버려.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고 그저 아이같은 면모의 바보 응석받이가 되라고? 나는 좀 더 알아야 해. 하지만 차라리 내가 슬프다면 자신이 멀찍이 떨어져 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자기를 부수거나 아예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못한대. 그나저나 저 새하얀 인형은 전혀 나랑 닮지 않았고 오히려 더 차분하고 수줍은데다 상냥하니 내가 아냐. 오히려 귀여운 아이라서 불쌍해. 새하얀 인형은 나에게 죽지 마라고 붙잡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더 죽게 될거라고 말하니 새빨개져서 그럼 자기를 나라고 인정하면 되지 않냐고 소리 쳐. 그런데 너는 내가 아니야. 너는 나였던 적이 없어. 나는 네가 내 모습이..
가만히 바다소리를 듣다가 낚시대를 드리우면 아마도 낚이는 물고기도 없이 가만히 출렁이는 낚시줄이 불쌍해요. 그래서 나는 낚시는 그만 두었어요. 반가운 누군가는 내 응석도 받아주고 참 상냥하지만 나랑 닮았다고 그러면 화내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하면 그냥 마냥 슬퍼져서 그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요.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나요. 온실은 환하고 귀여워요. 그래서 온갖가지 향기롭고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이 언제나 인사하는 그 안에서 나는 언제나 진짜같이 생생하고 빛나는 꿈을 꿔요. 그리고 목이 마른 아이들에게 물을 주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문득 슬퍼지면 다시 바닷가로 가서 눈을 감죠. 철길에 기관차가 자기 혼자 굴러가는 때에는 기관차를 따라잡아서 세우고 여우나 고양이가 같이 놀자고 하면 숲 속을 같이 산..
오늘날의 생각은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을 바라고 있어. 그러면 어떤 순진한 인형이 나에게 물어보지. 그런 사라짐이 과연 어떤 의미냐고.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하면 갸웃거릴테고, 사람들이 그것을 원할 뿐이라고 하면 놀랄테고,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면 생각만 하다 고장날테지.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좋을까.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조용히, 조용히 있었어. 그런데 순진한 인형이 말하길, 내가 울고 있대. 우울하면 자신을 껴안고 쓰다듬어도 좋다고 자신은 인형이니까 그래도 좋다고 제발 행복해지라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얘기해. 나는 이리 오라고 하며 순진한 인형을 쓰다듬어. 그리고 말해주지. 오늘날의 생각이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을 바라는지를. 바로 네가 우울하면 자신을 껴안고 쓰다듬어도 좋다고 자신은 인형이니까 그..
잠들어라. 잠들어버려라. 어차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진짜, 눈 앞에 없는 것이 가짜. 그런 상황에서 내가 둘로 나타나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고 공통점이 많고 어떤 식으로 구별할 수 없으나 하나는 인형이라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아마도 내가 지금 무표정하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상황이 어떤 감정이나 사고를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그저 자동적으로 글을 쓰게하는 어떤 기질이나 어떤 본능은 아닐까요. 당신은 자고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진짜로 당신은 깨어있나요? 이미 다가온 특이점에 우리는 속고 있고 마주치는 누군가가 사실은 인공지능이라던가 아니면 인식론 체계도 가상현실이라던가 아니면 사실 우리가 공유되는 어떤 누군가의 꿈에 초대당한 불특정 다수일 ..
자, 모두들 내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엄청 사랑스러운 세계를 꿈꾸고 있어요. 숲과 온실과 하얀 인형들과 요정들이 있는 세계예요. 하얀 꽃과 맑은 물가와 상냥한 우울함이 있는 곳이에요. 조그만 열차가 달리는 철길과 자그마한 샛길이 사랑스럽고 인형들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톱니바퀴 소리가 깨질 듯이 아름다워요. 물론 인형들의 무브먼트 소리를 듣느라 그 아이들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난감해하면서 부끄러워 하지만. 나의 집은 온실이랍니다. 온갖 향기롭고 먹을 수 있는 풀과 나무들을 심어 가꾸지요. 포근하고 조심스러운 고양이 녀석들이 들어와서 야옹거리기도 하고 귤나무에 열매가 열려 새콤함을 즐기기도 하고 박하와 백리향 향기에 진정하기도 해요. 하지만 역시 혼자 인형처럼 놓여있다가 우울함을 가져가주는 요정에게..
전철은 플랫폼을 떠났다. 그렇게 떠난 전철은 바닷가를 지나서 나를 허탈하게 했다. 바다 가까이로 와서는 그대로 짜증나서 가만히 죽을까 말까 생각하고 있었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미래가 삭제당한 어떤 젊은이가 멍청히 있다. 그리고 가만히 일어나서 바다를 보고 앉았다가 바다를 향해 한 걸음을 딛었다가 다시 뒤로 한 걸음 걷고 멍청하게 전철역이 있는 뒤를 돌아보고 계속 바닷가로 전진했다. 와다다다 뛰어가서 바닷물 바로 직전에 멈춰선다. 죽고싶어 환장한 어떤 인형은 전철로 집에 돌아온다. 누군가 있지도 않고 그저 환멸 화아안며어얼 만이 기다리는 하루하루는 이 북서쪽 바닷가의 그 어떤 느낌을 가만히 간척하고 말아서 그저 오늘 하루도 탁자에 다트핀을 꽂아 세운다. 탁 하고 박히는 그 다트핀의 소리가 경쾌하지만 그 나..
새하얀 인형. 오늘도 꿈 속에 나타나 주었지. 항상 폭 안겨서 자기를 싫어하고 있냐고 묻지.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 너무 순하고 귀여운 아이지만 매우 우울하고 덧없는 아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한껏 귀여워해줄 수도 없어. 나인 것 같아서, 이 아이가 우울해하는 이유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이유 같아서. 어쨌든 그 아이는 정원섬에 살고 있는 굉장히 순하고 하얀, 그리고 웃는 얼굴이 귀여운 아이. 나는 오히려 그 아이랑 만나서 여러가지 말 없이 서로를 소중한 인형처럼 데리고 노는 것을 즐겼다. 서로의 이야기도 조금씩 나누고 귀여운 옷도 입혀주고 또한 서로가 가진 새하얀 무언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했다. 모든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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