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달려나온다. 내려오면서 기어를 바꾸고 다 내려오면 또 기어를 바꾼다. 공방제 자동차가 재미있고 하유국 산업 중에서 꽃과 나무하고 제일 거리가 먼 산업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 와중에도 이걸 또 수출하고 그러다니. 그래, 이게 사는거지. 차고에 차를 세워둔다. 자동차는 즐기는 목적이지 실용적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싸고 골치 아프다. 집으로 돌아와서 내일 출근할 준비와 전철 시간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오면 전철을 타고 중앙의 일자리로 출근한다. 서류는 챙겼고 오늘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체크하며 회사에 출근체크를 찍고 바로 만나야 할 첫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걱정하는 전화를 거니 차가 밀린다나. 자동차 회사 미팅인데 차가 밀려..
힘든 일이 있다면 그냥 풀밭에 누워 쉬면 되는 세상을 떠올린 적이 있었어요. 고양이도 있고 날씨도 서늘하고 아름다워서 여름이 없을 정도지요. 그렇게 결국 그런 장소를 찾았고 여기에서 아무도 없는 편안한 삶을 살고 있어요.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물은 맑아서 목을 축이기에 좋지요. 그리고 이따금씩 자동차를 몰고 언덕을 올라가서 지는 해를 보기도 하고 슬플 때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귀를 막고 울기도 하죠. 이런 아름답고 귀여운 일상이 항상 계속 되기를 빌며 저는 오늘도 정원으로 꾸며진 곳에서 살고 있답니다. 마을로 나가보아요. 마을에는 철길도 있고 아이스크림과 푸딩을 파는 동글동글한 트럭, 달콤한 사탕가게와 농장이 있지요. 모두가 조심스럽고 상냥해서 남을 잘 상처주려고 하지 않아요. 여기에 오기 전까지..
사늘한 여름과 하얀 겨울 날씨가 전형적이라 히터는 필요하지만 에어컨은 필요 없는, 철도와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자동차 없이도 살 만하지만 자동차는 있어야 하는 1,210.5 제곱킬로미터의 작고 이상한 섬나라. 내가 사람들을 통솔하고 데리고 다녀야 하는 나라다. 사람들은 하유국에서 추방될 수도 있는 룰을 들은체 만체하고 여울오름 물에 동전을 던지다 걸려서 추방당하거나 상록숲의 나무를 함부로 꺾어서 벌금을 물거나 상냥한 가이드가 사실은 자동인형이라는 사실에 놀라서 기절하거나 혹은 함부로 대하다가 경찰에 잡혀가는 등 아주 난장판이다. 그래서 오늘부로 사표를 냈다. 외국인 문제 때문이냐고 하면 고개 끄덕일 수밖에. 사표는 수리됐다며 수고했다고 나가보란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도시의 풍경을 본다. 여느 곳이..
비가 오고 있다. 일본어가 강세인 이 거리에서 나는 무슨 생각으로 서 있을까? 그것도 우산도 쓰지 않은 채로 말이다. 북동보다 남쪽으로 남동구에 속하는 이 곳에서 뭐를 하고 싶었을까? 제대로 거절하지 못하고 처음 뵙겠다고 야옹거린 그게 전부다. 생각은 아무것도 들지 않는다. 그저 나아가고 싶은데 안 된다. 그게 다다. 뭐가 좋은건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싶어. 그리고 애매하고 우울한 여기 사람들의 본성이 나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고 서로서로 자기만의 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느낌만 심하게 들어버리는 것이 나는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작정 택시를 잡는다. 깨져버린 것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고 비 오는 카페 창가에서 오늘도 기다리지만 안 돼. 여기 사람들은 절교하면 다시..
문득 잠에서 깼다. 왜건의 트렁크를 열고 뒷좌석을 다 젖힌 뒤에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아늑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상록숲 안 쪽의 호수에서 눈을 뜬다. 너무 늦게 잤나, 뻐근하다. 뒷좌석에 만들어놓은 잠자리를 치우고 식사를 하러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사실 이 자동차, 하유국에서 디젤을 못 태우게 해서 기름 다 빼고 들여와서 정비만 했는데 얼마 전에 블루크루드인가 뭔가가 풀려서 정말 한가로이 캠핑을 즐기고 있던 중이었다. 여기, 상록구는 온통 숲이다. 북서쪽으로 달려 경계선녹지가 나오고 북서구 표지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무래도 행정구역 하나를 이렇게 숲으로 나두고 가장 키 큰 나무보다 높은 건물을 못 짓게 하는 그것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자동차는 석유를 태운다며 시동 거는 순간부터 추방이라길래 오늘같..
무료함은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지루해서 출퇴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씩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언덕으로 가거나 전철에 기대어 너른 사탕무밭이나 숲 속으로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만큼이나 평온하고 집에서 메이드 놀이를 계속하는 루미와 계속 마당에 찾아오는 하얀 냥이와 장난치며 자동차는 잘 있냐면서 놀리는 앨리, 어째서 요새는 차를 잘 안 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공영주차장 경비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전부다. 이제 그 모든 설정이나 요소의 틀에서 벗어나 꽤 자유롭게 움직이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된 상상도 해보고 유령에게 푸딩을 요구당하거나 일종의 인형이 되어 주인님에게 사랑받다 버려지는 상상에 빠지고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손을 델 뻔했다. 그리고 나리는 조심하라면서도 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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