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폭신한 곳에서 가장 부드러운 상냥한 대접을 받고 굉장히 기분좋게 달콤한 차를 마시고는 상당히 기분이 사랑스러워졌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 말을 듣지 않고 나를 상처입히고 다들 자신이 옳다고 해요. 나는 말할 수도 없고 서로 얘기를 하며 풀어나갈 수 있는 내용에 칼을 겨누기 시작해요. 그리고 비로소 꿈을 꿔야만 사랑스러운 기분으로 살 수 있게 돼요. 왜 망가졌을까요. 슬퍼요. 나도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굉장히 못난 사람이라 이래서 짜증이 나고 힘들어하는지도요. 이불 밖은 폭신하고 부드럽지 않으니까 짜증이 나고 꿈도 꿀 수 없고 나는 그저 망해갈 뿐으로 꿈은 그에 비해서 아름답습니다. 순한 여우, 고양이와 내 마음을 깃들인 인형들이 있어요. 그런 곳에서 전부 나와 같다는 생각과 점점 사라지고..
태엽이 다 끝난 느낌이에요. 감아주시겠어요? 저는 주기적으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그 우울한 기분을 옅은 파란색으로 보는 바람에 좋아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공교롭게도 태엽이 다 됐네요. 감을래요, 아니면 감지 않을래요? 어차피 사람들과 지내는 것, 이해하는 것,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에 지쳐요. 어차피 한낱 자동인형에게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해봤자 자동인형은 자동인형이죠, 뭐. 부족함으로 표현되는 것을 채워주는 사람은 없고 그 부족함을 더 부족하게 만드는 사람만 가득해. 그래서 제 태엽을 감아줄래요?
어떤 소녀형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사람다워서 버림받았다. 그러다가 어떤 외로운 소년이 그 아이를 발견하고 움직이지 않는 그 아이를 소중하게 인형처럼 갖고 놀다가 무심결에 입을 맞췄고 그렇게 버려져서 전원마저 꺼져있었던 소녀형 안드로이드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봄'이라는 이름의 소년은 자신이 그 소녀를 함부로 깨우는 바람에 이름도 모르는 소녀를 괴롭혔다고 생각했고 그 낯선 소녀가 이름이 없다고 하기에 외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크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나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봄이는 나리를 그저 정교한 인형 즈음으로 생각해서 자신이 나리를 괴롭혔고 조만간 자신은 잡혀갈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순진하기 그지없는 소녀형 안드로이드는 자신에게 나리라는 이름을 지어준 새로운 주인이 상당히 유..
이상향을 얘기해보자. 우선 쾨펜의 기후구분으로는 Cfb나 Dfb에 속하는 기후를 보이는, 그다지 크지도 조그맣지도 않은 섬으로 도시는 컴팩트시티로서 집약적으로 개발되어 있고 도시지역 외곽은 한산한 교외택지와 농지로 되어있다. 각 도시지역과 교외지역은 하나의 구(區)를 이루고 버스와 노면전차가 그 구의 교통을 책임진다. 그리고 구와 구를 잇는 광역철도도 존재하고 이 교통망은 각각의 버스와 노면전차를 보조한다. 통신도 그에 따라 발전해 있고 모든 인프라는 자연친화적이다. 이상향의 산업은 농업과 관광, 원예에 크게 의존하며 사탕무로 만드는 설탕과 향이 강하고 색이 선명한 장미, 집약적이지만 자연친화적이고 계획적으로 꾸며진 정원같은 도시를 관광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나의 이상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
가만히 생각을 해본다. 영어 철자와 발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언어에 대한 주접. 중학교 무렵에 영국 영어에 빠져서 철자와 발음이 다른 여러 요소들을 관심있게 봤었고 'Centre'라는 철자는 틀렸다며 'Center'로 수정당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이거, 둘 다 맞는 철자지만 말이다. 중립의 언어 에스페란토. 중립적인 언어 위에서 전인류의 우애가 피어난다는 자멘호프의 이상은 왠지 인도유럽어족에 치우친 상상이 아닐까 하면서도 의외로 에스페란토가 추구하는 가치는 나와 같기에 독학을 시도했지만 한국어 - 에스페란토 사전 중에 제대로 된 사전이 드물어서 공부를 사실상 때려쳤다.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요소를 공유하지만 관화 내지는 표준중국어는 그 미싱링크마저 없..
좋아합니다. 하얀 꽃을 좋아합니다. 도시 속의 숲을 좋아합니다. 엄청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가만히 놓여있기를 좋아합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마음과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우애로 가득하고 모두를 믿는 세상을 좋아합니다. 한 번 밖에 본 적 없지만 전등이 드문 곳의 밤하늘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계획도시의 질서정연함을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이 모든 것이 말하지 않습니다. 내가 중얼거리며 말해달라고 울음을 삼키지만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이 말을 하지 않고서 나를 슬프게하고 나만 중얼거리며 그 안에서 미쳐가는데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자고 나는 이 공허함에 매달려서 미쳐가는 와중에도 하얀 꽃을 찾고 도시 속의 숲을 찾고 엄청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를 찾아 가만히 놓여있기를 원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마음이 요새 계속 헐어 다칩니다. 어쩌면 얘기를 계속 숨길 수도 없고 서로 싫어하는 그 감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이제 세상은 단어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 되어갑니다. 별을 보고 싶습니다. 어디로 가면 별을 볼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제가 사는 마을의 전등이 하늘의 별보다 밝아서 마을의 전등을 다 꺼버리지 않는 이상, 별을 볼 수 없습니다. 만약, 저의 마을에 우울해져서 다 죽어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간에 이 마을의 진짜 별빛을 보고싶어하거든 모두에게 애원하고 매달려서라도 마을의 모든 불빛이 꺼질 수 있는 기적을 보고 싶었습니다. 안 된답니다. 모두가 자신이 너무 소중해서, 자신의 일이 너무나 중요해서 우울해서 다 죽어가던 누군가는 그렇게 죽고 말아버리고 서로는 서로의 말을 들으려조..
세상이 모두 정원이라면 좋겠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오늘, 아주 멀리 순천만정원에 가고 알았다. 정원이 참 사람을 순하게 만들어주더라고. 세상 만리가 다 정원이라면, 큰 산업도 없고 전부 정원이라면 그리고 모두 꽃과 나무를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면. 원래는 검은 공단이 될 뻔한 곳에 도박으로 이런 곳이 생겨나 나는 참 반갑다. 그것도 가을에 그것도 시험이 끝나 바로 떠나서 만난, 그것도 도착과 함께 밤이 시작되어 어렵게 만난, 목서의 향이 퍼지는 정원을 둘러보며 세상 만리가 정원이라면하고 위험한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 산업은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키우는데 있고 사람들은 항상 꽃밭과 숲을 끼고 살아가며 그 때문인지 모두 순하고 싸우질 못하지만 전부 꽃처럼 아름답고 순하며 나무처럼 듬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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