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국에는 군대가 없다. 군대를 만들고 외국 군대를 주둔하는 것이 폭력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지만 테러나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소한의 준무장은 하고 있는데 그들이 특수경찰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비칭인 전투경찰이나 폭력경찰로 부른다. 특수경찰, 일명 특경은 군사경찰 느낌으로 존재하며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대테러 업무를 주로 맡아서 움직인다. 하지만 누가 연료도 합성해서 쓰고 내세울 산업은 원예와 관광 정도인 작은 섬나라를 테러 대상으로 삼는다고 처들어 오겠는가. 여태까지 진짜 총은 쏴보지도 못한 만약의 대비책이다. 생긴 이유가 걸작인데, 솔직히 하유국 사람들은 군대 창설을 내각 차원에서 저지시킨 역사도 있고 허구한 날 경찰이 성난 사람들에게 잘잘못과 원한을 배로 따져서..
자동차세가 아까워 자동차를 탄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그게 내 삶을 지탱한다. 무료하게 하루벌이 하면서 살아가도 일단 내가 자동차를 몰 줄 아는 것은 위안이 된다. 위안이 되는 것에 매달리면서 고속도로 출구로 나간다. 그렇게 북동의 좁은 거리로 들어갔다. 1.5차로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그 좁은 거리. 병목으로 나오는 차들을 잠시 보내주고 내가 좌측 지시등을 켜고 메인 빔을 쏴주고 들어가 너무 복잡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사고가 났다. 쾅! 조수석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고 함몰의 느낌이 났다. 등을 흐르는 차가운 느낌으로 전신주에 박아버린 차를 돌려 잠시 주차장으로 간다. 이 와중에 버스는 비보호 좌회전하는 것을 막으며 직진하려고 해서 손으로 오지 말라고 신호하면서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여긴 어디지? 갑자기 잠들어버린 느낌이 든다. 왠지 흑발에 회색 눈을 가진 마녀…가 싫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적의를 띈 그녀가 내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으나 일단 가만히 있는다. 쉬익하고 달음박질로 달려와 내 턱을 쥐고 속삭인다. "왜 나하고만 안 떠들어 줘? 나도 잡담 좋아해." ??? 이것 외에 대답을 못 하겠다. 그러자 마녀는 더 싫은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대답을 강요했다. 어차피 서로 만난 적도 없잖아? 짐작이 가는 대목은 채팅의 난봉꾼 하나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게 저 자식…인가? "자아, 대답 안 하면 이 꿈을 날름 먹어서 너를 여기 가둘거야. 근사하지?" 씨발 멘헤라 마녀가 달라붙을 줄 알았다면 잘 좀 다룰 걸. 그렇다고 해도 명백히 내가 어쩔 수 없는 초자연적인 상황에 놓고 거의..
마을의 한 가운데, 모두들 좋아하는 카페에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서 스쿠터를 타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어느 오후가 다 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계속 나를 쫓아오길래 그냥 집으로 들인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아주 근사한 하루. 그렇게 에어컨이 평소에는 필요없을 정도로 서늘한 하유섬의 여름날을 만끽하며 오늘 하루를 닫아보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왠지 더위를 느껴서겠죠. 그렇게 또 하루는 지나가고 뭔가를 오늘도 해내지 못했다는 상념에 빠져서 그저 집 앞에 세워둔 스쿠터나 닦는 거였죠. 이러다가 잠들겠지 했지만 잠은 오히려 고양이가 먼저 들었고 나는 뜬 눈으로 오늘 마트에서 사온 것들이나 멀뚱히 보고 있을 뿐이었지요. 그렇게 피곤하게 일어나서 고양이가 한심하게 식빵을 구우며 나를 보고 있는 그 가운데 기..
전철로 출근하는 이른 아침이다. 회사에 차를 두고 퇴근했기에 오늘 아침은 전형적으로 길가에서 열차를 기다려 상록숲을 지나 설탕공장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따라 표준궤의 철궤도를 따라간다. 550mm 승강장에 맞춰진 저상전차가 이제 막 상록숲을 벗어나 북동구청역에서 승객들이 대부분 내리고 사원증을 보여주고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웬일인지 공장 안이 조금 부산하다. 메모지가 없어졌다니 혹은 회의 도중에 함부로 자리를 뜨지 말 것이라는 팍팍한 규율이 떨어졌다. 못 보던 누군가가 우리 공장 사원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도대체 누구일까 빨리 잡아서 경찰에 넘겨야 정신이 나가지 않을텐데 하면서 내 일에도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다. 기분 전환 겸 폐기의 발생정도를 보려 사탕무밭으로 나가 현..
1. 서로 포개어지는 크기의 각각 다른 길이를 가진 깡통 두 개를 준비합니다. 2. 작은 깡통의 바닥을 뚫고 격자를 놓습니다. 3. 큰 깡통의 밑둥에는 재를 덜어낼 구멍을, 윗둥에는 연기가 나갈 구멍을 뚫습니다. 4. 격자를 놓은 작은 깡통 반대쪽에 밀폐가 가능한 뚜껑을 답니다. 5. 큰 깡통의 밑둥에 뚫은 재를 덜어낼 구멍에 밀폐가 가능한 뚜껑을 답니다. 6. 작은 통과 큰 통을 포개고 서로의 틈을 철판으로 때웁니다. 7. 포갠 통을 보았을 때, 재를 덜어낼 구멍에서 조금 위로 떨어진 곳에 불을 댕길 구멍을 뚫고 관을 집어넣습니다. 8. 연기가 나가는 구멍에 관을 집어넣습니다. 9. 끼워맞추기가 모두 끝났으면 서로 붙도록 땜질합니다. 10. 적당한 크기의 땔감을 위로 넣고 불을 댕깁니다. 11. 연기가..
제 견지를 정리하자면 지구온난화는 실재하고 기후변화도 일어나고 있지만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가 탄소화합물인 이상 탈탄소는 애초에 가능하지 않으며 인류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탄소를 꾸준히 제어하여 사용하는 것이고 농업이 계속되는 한 필연적으로 탄소 배출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농업에서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거나 부족하다 그러면 이상하게 볼 사람들이 꽤 계실텐데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지요. 그런데 온실이라면 산소 농도가 너무 커지는 통에 식물이 오히려 비실거립니다. 그리고 식물은 호흡하는데 산소를 쓰고 이산화탄소 내뿜습니다. 저는 내연기관 퇴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탄소포집 기술이 좀 더 효율을 보강해야만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연기관 대비 전기구동계의 ..
애매하고 심약한 사람들만 한가득 사는 조그만 섬나라에 살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쉬는 날에는 자동차를 몰고 온통 숲인 동네로 놀러가고 돌아가는 길에는 섬의 북쪽에서 자란 사탕무로 만든 설탕을 사고 자동차에 합성연료를 가득 채워 돌아간다. 설탕과 합성연료가 이 섬나라 경제의 근간이다. 그 근간에 하나를 더해서 원예상품을 넣기도 하는데 그 누구도 차관으로 꽃과 나무를 가져가고 싶어하지는 않으니 그건 아니다 치고. 일단은 오늘도 일이 없어서 방정리를 마치고 다시 프론트에 앉는 형편이다.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일을 하는데 더 이상 토를 달면 안 되겠지만 관문구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비행기 환승승객들과 무비자 입국자는 내가 돌봐야 하는 이 호텔의 주 고객들이다. 국제터미널에서 멀리 떨어진 편이라 어떻게..
삶은 언제나 막막해서 울게 해요. 아무리 귀엽고 포근한 인형일지라도 많은 것에 실망하면 이토록 가치를 잃던가요. 다들 포곤한 티타임을 준비하지만 그것조차 나는 기쁘지 않아. 언제나 그렇듯 실망에 가득찬 매일매일을 보내러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촉촉한 살갗의 느낌이 전해졌어요. 우울 요정이 나를 껴안고서 울다 잠이 들었거든요. 고마워요 나의 친구. 하지만 나는 당신을 위로하기에 너무 여리답니다. 그러니까 부디 일어나주세요. 지협을 건너 향기로운 풀과 과일을 팔러 자동차를 몰면 다들 시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숲으로 돌아가는 줄로 알고요 시장에 가면 이상하게 가격을 낮게 부르는 사람들이 싫어요. 그래서 그냥 땔감이나 화통에 더 넣고 지협을 또 건너서 내 온실에 숨죠. 인형들은 항상 조용하고 상냥하답니다. 귀..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안개가 낀 북서쪽의 아침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난방은 틀 정도가 아니지만 그래도 여튼 사늘한 그런 날씨가 계속해서 자동차 시동을 괴롭게 하다니. 부다닥과 씨름하기를 몇 시간, 결국 헤어드라이어까지 동원해서 시동은 걸었으나 이번에는 기름 게이지가 E에 가까운 것이 문제려나. 일단 가까운 주유소에서 디젤을 넣어야 되겠네. 안개는 걷히지를 않는다. 안개등 따위가 있지도 않은 진짜 옛날 차라 딤라이트를 켜고 안개를 헤쳐 주유소에 도착해 디젤 가득 채워달라고 하면 하유국 특유의 합성디젤이 가득 차의 연료통에 들어간다. 낡은 디젤차를 몰 수 있는 비결이 이거라고 하면 다들 놀라지만 그 합성디젤 만드는 공장 대변인 하다가 여러 소리 듣기 싫어서 일을 그만 두고 쉬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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