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디자인의 작은 차체에 1L 이하의 원 로터 반켈엔진, 3단 이상의 수동변속기, 네 명이 탈 수 있고 트렁크에는 여행가방 두 개 이상이 들어갈 것과 고속도로 주행을 보장하기 위해 공랭과 수냉 중에 적합한 형태를 취할 것, B세그먼트의 보편적 정의를 초과하지 말 것" 정부로 받은 주문은 나를 벙 찌게 했다. 이건 하유국 공업수준으로는 자살하라는 소리입니다라고 했는데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유에는 철공소가 없고 또한 만들기도 힘들다고 말했고 이런 엔진은 애저녁에 다른 제조사들이 해보고 던진 물건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엔진을 사오면 된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뒤져서 하유로 배달이 되는 원 로터 엔진을 구해본다. 그리고 철판이 얼마나 남는지, 엔진을 고르기도 전에 손님이 취소시..
지루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맑고 깨끗한 정원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지루함을 덜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동네라도 걸어서 나가보기로 한다. 하유의 서늘한 여름 날씨가 포근하기만 해서 일단은 카디건 하나만 걸쳐도 괜찮을 지금. 어차피 동네만 돌다가 끝날텐데 뭘. 트램과 자동차가 같이 쓰는 도로 위 횡단보도를 지나 시험정원에 들어서면 여름의 해당화가 피어있거나 하고 미여울에서 날아온 거위가 꽥꽥거리며 뭔가를 뺏으려는 듯이 낮게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무 것도 없어. 으아아악. 거위가 막 푸덕거리며 다가오기에 일단 거위를 피해 시험정원을 나와 남서중앙으로 나온다. 자동차 쇼룸과 그 옆에 있는 카페, 그리고 웃으며 다가오는 인형 하나. 하지만 지금 어울려주지는 않을래. 너도 다른..
이상해요. 허리 아래로 몸이 없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아프지도 않은데 기분은 이상하고 더더욱 이상하고 왜 나는 이 꼴로 살아있지 그런 느낌. 차라리 없어져버리는 편이 나았는데! 그런데 어거지로 살아있고 그런데 어째선지 사라지지 못하고 이게 뭐죠. 아프지도 않지만 이게 뭐지. 언제부터 망가져 있었지. 이해 못할 것을 말하지 마요. 아파요. 이해 못하니까 아파져요.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무슨위로를건네고격려를해준다고해도나는여러분을이해하지도못하고이해하지도못하고그냥쓰레기처럼있겠지요 그게뭔지나는하나도모르고얼빠진표정으로여러분의경멸에만화를내며짜증에가득차서힘들어할테지 그러면좀나를좀더격려하고가치를알려줘요그게어렵나요 …남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는 얼마나 오래 산다고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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