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이상한 곳이다. 그런 나라에서 오늘도 자동차 몰고 꽃배달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닐거고, 농사 짓고 꽃을 기르고 사탕무로 설탕 만들고 관광객 들이는 것으로 먹고사는 나라는 금방 망하니까 농사나 원예나 제당산업에서 나오는 찌꺼기로 BTL을 시도해 유전 없는 산유국이 된 작은 섬나라가 있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하겠지. 그리고 백금은 비싸니까 다른 방법 없냐고 해서 찾아낸 메타포밍인가 하는 것으로 휘발유를 개질하는 것도 특이하다 하겠다. 또 이것을 주민들에게 납득시키려고 몇 년을 허비해서 외울 정도로 된 때에 최초의 주유소가 생기고 이렇게 꽃배달 다니는 녀석한테서 BTL이니 메타포밍이니 하는 단어가 나오는 것이 정상은 아니거든. 기름 얘기는 그 쯤하고 내가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살..
사이드브레이크를 풀고 액셀을 준다. 천천히 달리는 42번 국도가 쓸쓸하다.
심각한 꿈을 꾸고 일어났다. 트램이 없어진 도로 때문에 집에 틀어박힌 내가 냄비를 돌려주려 뻘짓하는 꿈이었다. 도로에는 여전히 자동차와 달리는 트램이 건재했고 냄비 얘기는 꿈 속 얘기인 것 같다고 안심하자 새끼손가락을 물렸다. 푸른 요정 하나가 싫은 표정을 띄고 나타났지. 일단은 나가보자. 트램은 그대로 누군가를 태우고 여기저기로 떠나고 있다. 버스도 트램을 보조하고 있고 자동차와 택시는 그 둘을 경멸하는 것도 같았다. 망상이 아마도 꿈에서 나타난 느낌이다. 그런 만큼이나 내가 얼마나 몰려있나 싶어서 그런가 싶어서 일단은 나가보았다. 남서쪽의 분주함이 여전히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어쩌겠어, 여기가 하유섬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니까 내가 적응해야 해. 추워서 옷을 껴입고 나가는 지금이 너무 싫었다. 그렇게..
오늘은 가게를 일찍 닫고 트램이 서는 정류장으로 뛰어갔어요. 그리고 바로 오는 것을 잡아타고 시내에 있는 다른 카페를 가봤지요. 저도 카페를 하는 입장이라 다른 카페에 들르면 배울 것도 많고 괜히 기분이 좋거든요. 같은 북서쪽에 있으니까 거기에서 오랫동안 있어도 되고 딱히 힘들거나 한 일이 없으면 눈을 감고 분위기도 음미하면 좋지요. 오늘 들러볼 곳은 왠지 온실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인데 저는 이런 곳이 부러워요. 여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클라우디 레몬에이드를 시켜서 자리에 앉아 기다립니다. 식사도 하고 싶어서 비둘기고기를 살짝 구워서 넣은 파이도 시켰어요. 이윽고 제 주문이 나오고 받으러 갑니다. 온실 분위기만큼이나 안도 레몬을 기르는 온실로 꾸며져 있더라고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기에 일찍 가게..
다 죽어버려라 버러지 같은 세상. 아하하하하, 이제 더 이상 만날 일도 없는 비연속적인 나날. 미쳐버렸을 즈음에야 끝내려고 옥상에 섰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무기질의 소녀. 나를 살리려면 나중에 오너라 일러두고 차가운 저 밑으로 다이브. 누가 흉기차라 하였는가. 물렁한 차체 덕에 나는 차값만 물어주면 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는 무기질의 소녀. 그리고 무기질의 소녀와 손을 잡고 나타난 무기질의 소년. 그래, 너희들은 누구냐. 무기질의 인형인가. 긍정. 나를 어찌하려 하느냐. 부정. 그 아이들의 상냥함 덕에 병원으로 가게 된 나는 병원에서 별 다른 진료를 받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 서있는 중일까. 어중간한 장소에 외발로 서서 모두가 위험하다며 내려오라는 그 장면에 바로 내가 있지. 그렇게 그 누구도 그쪽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위태로운 외줄을 타고있고 모두는 내가 타고있는 줄 밑에서 나를 걱정하면서도 내가 떨어지면 재미있겠다며 내기를 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나를 바로 체포할 것 같은 경찰도 그 중에 있지. 모두가 힘든 와중에 내가 외줄을 탄다고 해서 모두의 아픔이나 위태로움이 사라지지도 않아. 그렇지만 나는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에 딱히 의미를 두지도 않는 걸. 이미 나의 의미는 종결되었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나의 추락을 바라듯이 위를 바라보고 있고 그런 상황에 나는 당황하지만 천천히 줄을 타고 말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가면서 이런 상황에서 그냥 죽..
전철은 이내 남서주택단지역에 섰다. 개찰구를 나와서 카드를 찍고 지상으로 나온다. 트램이 없어진지는 좀 되었다. 그리고 트램이 없어지는데 대해서 나는 반대의견을 냈지만 주변에서는 저심도라도 해달라고 하는 통에 내 의견은 소수의견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멀리 보이던 바닷가를 이제 버스 차창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그 충격으로 내 집 앞의 도로를 보지 않으려는 버릇이 생겨서 매우 당황스러운 요즘, 아무런 감흥도 없이 이제 다른 곳과 비슷하게 변해가는 하유섬을 우려하면서도 그게 시대의 부름이라면 하고 단념한다. 아무리 섬이 작아서 버스로도 한 바퀴 돌 수 있다고 해도 굳이 트램을 없애야 했나 하는 것 때문에 나는 이미 마음도 내 집 대문도 걸어잠갔다. 아무도 이제 열지 못하리. 그리고 며칠 후, 누가 감..
마치 동화같은 하루였습니다. 나는 길을 걷다가 전혀 모르는 어떤 귀여운 소녀와 마주쳤습니다. 외로웠을 테니까 같이 길을 걷자고 들었는데 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파출소 앞에서 걸음을 멈췄어요. 그러자 그 애는 내 뺨을 치더라고요. 뭘 생각했느냐고 말하는데 나는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말하며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그 애랑 비슷한 소년이 나타나서 산통 깨지 말라고 찡그린 얼굴로 경고하길래 그렇게 셋이 길을 걸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어려운 얘기는 모를까 싶어 닥치고 있다가 은근히 빠지는 기분이 들어 폭신해진 기분으로 하얀 꽃을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묘한 분위기에 왠지 푸른 느낌의 남매는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죠. 그래서 하얀 꽃을 화원에서 사줬습니다. 퍽 귀여운 아이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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