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는 것도 짜증나게 되는 어느 하루가 시작되었다. 트램이 덜컹이는데 버스랑 다를바가 뭐냐, 뜯어라 하는 인간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도로 위에서 자동차랑 경단을 이루는 것도 보고 쇠 갈리는 소리와 무료함을 때우기 위한 이야기를 위해서 구태여 트램에 오르는 그런 짜증이 언제쯤 끝나나 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 괴로움과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힌 그 느낌, 그리고 종점까지 가보며 무료함을 잊자며 잠이 드는 나를 태우고 트램이 달린다. 별로 그렇게 길지도 않고 그렇게 빠르지도 않아서 그저 이런 느낌에 몸을 맡기다보면 그저 그렇게 녹아내리게 되는 지리멸렬한 느낌을 실컷 느끼자. 그렇게 남서주택단지를 떠난 트램은 고작 두 정류장을 더 지나서 시험정원 종점에 닿았다. 이제 피는 시절인 매화와..
바로 앞에 트램이 서있고 자동차들이 그 뒤로 쭉 서있다. 어차피 트램은 추월하면 안 되니까 안에서 라디오나 들으며 참는 중이다. 그렇게 선로이자 도로 위에 나란히 놓인 긴 뱀과 친구들은 청신호에 일제히 골목을 빠져나간다. 할 수 없으니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숄더체크도 하고 그런다. 그렇게 중앙으로 나오면 긴 뱀은 정류장으로 들어가고 나는 다리를 건넌다. 시킨 물건을 받아가래서 목공소로 갔건만 내 물건이 아직 완성이 안 된 것 같다고 일단은 기다리라 한다. 오래는 못 기다린다고 얘기하며 무리하게 차 끌고 나온 그 가격은 하겠지 세면서 기다린다. 몇 시간을 기다려 의자 하나 내가 시킨게 나온다. 미안하다고, 예정보다 일이 밀렸노라고 사과하지만 어쨌든 나는 다 괜찮아. 미안하다면 나도 미안한거야. 차는 왜건이..
숲을 지나간다. 경유로 움직이는 자그마한 밴이 북서구에서 북동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사탕무 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더 들어가면 왠지 거대하고 웅장해서 경외감까지 드는 설탕 공장과 합성석유 공장이 나온다. 한동안 장난꾸러기 요정이 줄에 매단 낫으로 밭을 절단내고 다녀서 다들 당밀 한 봉지씩 가지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고 합성석유 공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한동안 조이고 기름칠만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괜찮아졌다. 그런데 합성석유 밖에는 못 구한다는 것을 모르는 렌터카 여행객들이 자동차가 헌팅을 해대서 타기가 싫다고 하면 바이오매스부 대변인인 내가 나서서 그거 여기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라고 해도 어쨌든 내가 불편하다 식으로 굴어대니 나는 그저 속이 터질 수밖에. 공장 안의 모두와 인사하고 오늘 상황..
뒤에 매달고 다니는 작고 귀여운 바퀴 달린 집에 살고 있다. 고양이가 야옹거리면 밥을 주고 전화가 와서 이제 일을 시작하자고 그러면 바퀴 달린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들어간다. 여기를 차린 지도 오래되었다. 직접 살고 싶은 집을 사려니 너무 비싸고 짜증이 나는데다 나라에서 주는 집에는 들어가기 싫어서 직접 바퀴 달린 집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공방의 모두는 일이 하나는 끝날 것 같다며 빨리 해치우자는 눈치를 보이고 그렇게 수출 나가는 하나가 완성이 되었다. 누가 항구까지 끌고 갈거냐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걸린 사람에게는 점심값을 얹어주며 잘 갔다오라고 하는 그런 시간이 지났다. 다들 공방을 차린 나에게 깍듯이 대하고는 하는데 나도 여기서 일하는 처지니까 그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수출 나간 것 다..
누군가 어떤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코스프레 하고 그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연기한다고 해도 그 누군가가 어떤 캐릭터 그 자체인 것은 아니다. 만약 그 누군가가 어떤 캐릭터 그 자체로 느껴졌다면 그건 시뮬라크르적인 발상일 뿐이다. 뭔가 하나의 형태가 하나의 형태로 있으려면 본질을 알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본질을 알기 싫어하거나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겉껍질만 보고 이것은 무엇이다 결론을 내리는데 그것이 시뮬라크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원본도 아닌 주제에 그게 진짜라고 느껴버리니까. 세상의 모든 것은 개개인에 의해 재해석된다. 그러므로 개개인이 인식하는 세상은 진실이 아니며 개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이 섞여서 재구성된 시뮬라크르다. 어차피 우리는 자아를 벗어던지고 객관적으로 초월하지 않으면 그 어떤 진리에도..
친애하는 하얀 인형, 오늘도 온실에서 외로운 아이가 반가운 사람을 맞듯이 나를 맞아주었어요. 그런 수줍고 마음씨 여린 아이와 온실 속에서 티 타임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울고 말아요. 참, 나도 마음이 여리죠.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온실에 오면 안 돼요. 현실과 너무 떨어져있기에 여기에 계속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온실 속 인형은 내 상황은 모르고 여기서 행복하는게 중요하다며 가지 말라고 내 옷자락을 잡지만 나도 이 온실을 떠나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해안 쪽으로 걸어간다. 무엇이 보이냐 하면 악천후 시 통행금지라고 되어있는 바다 수면에 거의 닿게 되어있는 다리와 그 위를 놓여있는 왕복 2차로 위로 달리는 자동차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들이 보였다. 인도에서 가만히 쪼그리고 앉으면 바다가 만져지는 신기한 도로라서 모두들 여기로 찾아오는 것이겠지. 그렇게 바닷가로 나있는 낮디낮은 다리를 건너며 저 건너편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걷는다. 걸어서 도착한 곳은 그냥 해수면에 닿을락말락하는 다리의 건너편. 굳이 설명하자면 미개발지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남동구와 카페가 들어선 예쁜 거리로 유명한 북동구의 경계 정도 되겠지. 어차피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픈데다 카페로 가기 위해서는 구계를 넘어야 하기도 해서 일단은 가까운 카페를 찾아 버스를 ..
이것 봐요! 엄청 투명해요! 너무 맑고 깨끗해서 기분이 좋아질 정도예요. 그리고 내 옆에서는 오붓한 가족의 식사자리예요. 그 사람들은 내 고기로 만든 스튜를 맛있게 먹고 있어요. 맑고 깨끗한 유령은 그렇게 자신이 먹혀서 사라지는 광경을 마치 식사자리를 지키는 하인처럼 보고 있어요. 맛있나요? 맛있었어요? 그렇다면 나에게 정말 맛있는 고기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겠어요? 안 그러면 이 집에 눌러붙을거고 풀터가이스트 일으킬거야. 다들 노린내가 심하지만 기름기가 많았다고 이야기해요. 문득 슬퍼졌어요. 그래서 나는 스르륵 사라져서 어느 공원에 닿았지요. 그리고 풀밭에 누웠어요. 풀밭은 대단히 보드라워서 잠을 자기가 편하고 아름다웠지요. 그리고 그 날, 요정을 만났어요. 푸른 요정이었죠. 우울함을 가져가 주겠다..
내가 사는 곳은 이상한 곳이다. 그런 나라에서 오늘도 자동차 몰고 꽃배달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닐거고, 농사 짓고 꽃을 기르고 사탕무로 설탕 만들고 관광객 들이는 것으로 먹고사는 나라는 금방 망하니까 농사나 원예나 제당산업에서 나오는 찌꺼기로 BTL을 시도해 유전 없는 산유국이 된 작은 섬나라가 있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하겠지. 그리고 백금은 비싸니까 다른 방법 없냐고 해서 찾아낸 메타포밍인가 하는 것으로 휘발유를 개질하는 것도 특이하다 하겠다. 또 이것을 주민들에게 납득시키려고 몇 년을 허비해서 외울 정도로 된 때에 최초의 주유소가 생기고 이렇게 꽃배달 다니는 녀석한테서 BTL이니 메타포밍이니 하는 단어가 나오는 것이 정상은 아니거든. 기름 얘기는 그 쯤하고 내가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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