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게를 일찍 닫고 트램이 서는 정류장으로 뛰어갔어요. 그리고 바로 오는 것을 잡아타고 시내에 있는 다른 카페를 가봤지요. 저도 카페를 하는 입장이라 다른 카페에 들르면 배울 것도 많고 괜히 기분이 좋거든요. 같은 북서쪽에 있으니까 거기에서 오랫동안 있어도 되고 딱히 힘들거나 한 일이 없으면 눈을 감고 분위기도 음미하면 좋지요. 오늘 들러볼 곳은 왠지 온실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인데 저는 이런 곳이 부러워요. 여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클라우디 레몬에이드를 시켜서 자리에 앉아 기다립니다. 식사도 하고 싶어서 비둘기고기를 살짝 구워서 넣은 파이도 시켰어요. 이윽고 제 주문이 나오고 받으러 갑니다. 온실 분위기만큼이나 안도 레몬을 기르는 온실로 꾸며져 있더라고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기에 일찍 가게..
다 죽어버려라 버러지 같은 세상. 아하하하하, 이제 더 이상 만날 일도 없는 비연속적인 나날. 미쳐버렸을 즈음에야 끝내려고 옥상에 섰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무기질의 소녀. 나를 살리려면 나중에 오너라 일러두고 차가운 저 밑으로 다이브. 누가 흉기차라 하였는가. 물렁한 차체 덕에 나는 차값만 물어주면 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는 무기질의 소녀. 그리고 무기질의 소녀와 손을 잡고 나타난 무기질의 소년. 그래, 너희들은 누구냐. 무기질의 인형인가. 긍정. 나를 어찌하려 하느냐. 부정. 그 아이들의 상냥함 덕에 병원으로 가게 된 나는 병원에서 별 다른 진료를 받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 서있는 중일까. 어중간한 장소에 외발로 서서 모두가 위험하다며 내려오라는 그 장면에 바로 내가 있지. 그렇게 그 누구도 그쪽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위태로운 외줄을 타고있고 모두는 내가 타고있는 줄 밑에서 나를 걱정하면서도 내가 떨어지면 재미있겠다며 내기를 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나를 바로 체포할 것 같은 경찰도 그 중에 있지. 모두가 힘든 와중에 내가 외줄을 탄다고 해서 모두의 아픔이나 위태로움이 사라지지도 않아. 그렇지만 나는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에 딱히 의미를 두지도 않는 걸. 이미 나의 의미는 종결되었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나의 추락을 바라듯이 위를 바라보고 있고 그런 상황에 나는 당황하지만 천천히 줄을 타고 말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가면서 이런 상황에서 그냥 죽..
전철은 이내 남서주택단지역에 섰다. 개찰구를 나와서 카드를 찍고 지상으로 나온다. 트램이 없어진지는 좀 되었다. 그리고 트램이 없어지는데 대해서 나는 반대의견을 냈지만 주변에서는 저심도라도 해달라고 하는 통에 내 의견은 소수의견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멀리 보이던 바닷가를 이제 버스 차창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그 충격으로 내 집 앞의 도로를 보지 않으려는 버릇이 생겨서 매우 당황스러운 요즘, 아무런 감흥도 없이 이제 다른 곳과 비슷하게 변해가는 하유섬을 우려하면서도 그게 시대의 부름이라면 하고 단념한다. 아무리 섬이 작아서 버스로도 한 바퀴 돌 수 있다고 해도 굳이 트램을 없애야 했나 하는 것 때문에 나는 이미 마음도 내 집 대문도 걸어잠갔다. 아무도 이제 열지 못하리. 그리고 며칠 후, 누가 감..
마치 동화같은 하루였습니다. 나는 길을 걷다가 전혀 모르는 어떤 귀여운 소녀와 마주쳤습니다. 외로웠을 테니까 같이 길을 걷자고 들었는데 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파출소 앞에서 걸음을 멈췄어요. 그러자 그 애는 내 뺨을 치더라고요. 뭘 생각했느냐고 말하는데 나는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말하며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그 애랑 비슷한 소년이 나타나서 산통 깨지 말라고 찡그린 얼굴로 경고하길래 그렇게 셋이 길을 걸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어려운 얘기는 모를까 싶어 닥치고 있다가 은근히 빠지는 기분이 들어 폭신해진 기분으로 하얀 꽃을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묘한 분위기에 왠지 푸른 느낌의 남매는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죠. 그래서 하얀 꽃을 화원에서 사줬습니다. 퍽 귀여운 아이들이었어요..
좋을 대로 행동하세요. 그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망쳤다. 그러고나서 모든 것이 절연되었다. 이건 전철이 지나가면 전등이 절반이나 꺼지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연이 끊겼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그 때부터 끊어졌다. 그렇게 끊어진 관계를 이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매정하게 택시 뒷문이 닫히고 출발하고 만 그 시점에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돈 없어서 전철이나 타고 버스나 타고 다니는 내가 싫은 것이겠지. 착각이었다.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곱씹음이 멎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옥죄는 스트레스가 되어 더 나를 괴롭히고 하고 싶은 일도 나를 과로하게 하는 경우를 낳았다. 그래서 뭐가 어땠느냐. 집 밖을 나서며 인사하는 인형 한 놈에게 욕을 했고 전철 ..
어쩔 수 없이 심야버스를 타게 될 일이 생겼다. 이미 전철의 단전시간이 지났고 도시는 좀 있으면 일상을 시작하는 모두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길에 놓인 선로와 고속도로를 따라서 심야 순환을 타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전철이 운행을 끝냈고 길거리의 자동차도 줄어들었고 이제 밤잠이 없는 모두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심야 급행버스 외에는 다니지 않는 그런 시간이라 모두들 버스 안에 카드를 찍거나 요금을 내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하유섬에 밤이 찾아오면 장난 치는 요정도 있고 상록숲에서 절망에 빠져 죽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빨리 나가고 싶다. 심야버스가 출발한다. 상록숲을 벗어나 남북간선로로 들어가 속력을 내는 남서행 버스는 중앙도 지나쳐 바로 남서중앙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남..
소설 속 배경에 주유소 하나 만드려면 기본적으로 전기를 엄청 쓸테니 발전소랑 주유소에 보낼 기름과 가스를 만들기 위한 바이오가스 공정과 물의 전기분해 공정, TPOX 공정과 FT 공정, 원유 증류공정과 메타포밍 공정이 전부 필요하겠구나. 여기에서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공정이 바이오가스 공정(유기물을 썩혀서 메탄 만들기는 얼마나 썩어주느냐에 달림)과 TPOX 공정(메탄과 산소를 고온에서 태워 일산화탄소를 만들기에 코크도 생기고 산소도 따로 필요하고 필요한 열량도 오짐)이려나. 물의 전기분해 공정도 엄청 효율이 낮고 말이야. 전기 발전 → 물의 전기분해 → 수소 바이오가스 포집 → 가스 업그레이드 공정 → 바이오메탄 전기 발전 → (바이오가스 포집 → 가스 업그레이드 공정) → 바이오메탄 → (물의 전기분해..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