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그랬다. 그리고 자동차를 팔아도 팔아치운 돈은 바로 들어오지 않을거라면서 나를 좌절시키는 딜라 새끼가 양아치 같다고 그 곳을 나오며 질러대고 집으로 가는 트램에 오른다. 사고처리가 스트레스를 불러와서 그런가, 내 집과 가까운 트램 정류장이 무슨 저심도 지하에 있는 줄 착각했던 나는 이제 정신을 조금씩 차렸고… 다니던 회사에서 짤렸다. 이유야 자본가 새끼들이 늘 그렇듯 네놈이 지각하면 너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손해라며 어깨를 두드리며 다른 직장을 알아보게 하면서 너는 짤렸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하며 퇴직금을 선물이라고 주며 내쫓는 것을 당한 것이다. 그 돈은 고스란히 교통카드 충전하고 전부 통장으로 들어갔지마는 갚아야 하는 청구서가 아직 오지 않았다. 어차피 올 청구서에는 관심을 끄고 지냈으며 집 앞..
하기 싫은 일들을 무더기로 겪고 있어서 힘든 와중을 보내고 있지요. 날씨는 갈수록 더워지고 모두들 이럴 때는 카페에 가서 쉬어야 맞지만 일은 해야 한다고들 하지요. 트램 안에서도 분주하게 뭔가를 하는 사람들과 부딪혀서 죄송하다고 했고요 그렇게 도착한 시험정원에서 향기로운 여름 꽃냄새를 맡았죠. 향기로웠어요. 하여튼 이렇고 있는 일들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아서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약간 숙여 정류장에서 도로를 바라봐요. 타고 온 트램이 떠나가고 자동차와 버스가 분주해요. 안녕, 귀여운 인형이네. 모두들 나를 보고는 인사하지요. 그래서 북동쪽에 사냐고 물어보는데 아뇨, 저는 남서쪽 살아요 하면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더운 탓에 널부러진 고양이와 함께 벤치에 널부러지기도 하고 즐거워요.
자동차 사고가 났다. 다른 차를 박은 것은 아니고 나 혼자 표지판 기둥에 박았다. 난감하다. 우선 보험사에 연락하고 렉카를 기다리고 도크에 도착해 접수까지 하니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중앙구의 도크에서 남서주택단지의 집까지는 전철로 30분이다. 차를 맡기고 전철로 돌아온다. 남서주택단지역 출구로 나와서 희끄무레한 하늘을 본다. 어쩌면 이게 내 심정과 그리도 닮았는지 우울하고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저심도의 지하철역 출구로 나오니 나를 맞아준 희끄무레한 하늘이 나 대신 눈물을 흘리고 우산을 갖고오지 못한 나는 당장 집으로 뛰어들어 간다. 뛰어들어간 집에 누가 있으랴. 당장 나 혼자 사는 집에 누가 있을 리 없다. 도크에 들어간 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철 시간표를 외우고 버스를 갈아타고 늦어서 죄송하다는..
가다가 차가 서버렸다. 뒤에 달린 화통이 배가 고픈 모양이다. 할 수 없이 화통 맨 윗쪽의 뚜껑을 열고 장작쏘시개로 타다말은 나무들을 좀 쑤셔주고 나무토막을 채워넣는다. 화력이 약한가 싶어서 공기구멍에 다시 불을 질러주고 풀무질도 다시 하고 엔진 쪽의 블로어도 켜두고 10분을 기다리자. 할 수 없다. 그 동안에 뒷자리에 놔둔 소풍바구니에서 먹을 것이나 꺼내 늦은 점심을 먹자고. 그리고도 하얀 연기가 시원찮으면 맨 아랫쪽 빗장을 열고 재를 털자고. 진짜 징하다. 이 정도로 재가 차서 타오르던 불도 꺼져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인가 생각하면서 재를 털어내고 다시 빗장을 지른다. 엔진 쪽 블로어로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면 불을 댕겨보고 불이 붙는다면 블로어를 끄고 다시 시동을 걸자. 부다다다다닥. 한참..
물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물가는 저기 숲 속에 솟아있는 봉우리 끝에 있는 용천에서 흘러나온다고 하지. 그리고 나는 고작 컵 하나를 들고 그 용천에 해당하는 여울오름을 오르고 있었다. 다들 컵 하나를 들고서 그저 여울오름으로 올라가는 나를 보고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고 몇몇은 하유 사람들의 특기인 안색 살피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딱히 나는 도움받을 일이 없어. 그저 컵 하나 들고 여울오름에 오른다! 그거 하나다! 여기로 여가를 즐기러 오는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보더라도 나는 꿋꿋이 정상의 여울오름을 향해 걸을 뿐이다. 그게 뭐 어때서 별스럽게 보는거지? 그런데 하나만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나는 컵 하나를 들고 자동차도 1단 기어로 힘겹게 올라가고..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나무를 실컷 피울 수 있는 곳으로 갔어요. 하유섬의 법이 나무 태우는 것까지는 봐주는 셈이라 상록숲의 취사가능지역으로 가서 요정들이 만들어 놓은 목탄가스 화통을 구경하죠. 신기해요. 목탄가스 화통의 원리라는 것은 나무를 가득 담아놓고 밀폐한 화통 밑둥의 구멍에 불을 지르면 아랫쪽부터 타오르니까 공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나무가 타게 되고 따라서 불연소한 나무의 연기가 화통 윗쪽의 구멍으로 나오게 되는 원리라는거죠? 그리고 요정들이 나무 태우려고 시킨 것은 잘 알겠고 불 지르다 숲 태워먹으면 쫓겨날 준비하라고 하고 소방차를 부르더니 유유히 사라져요. 한낱 호기심을 위해서 남에게 방해를 주면 안 되겠죠. 근처에 목재상이 있어서 톱밥과 부탄가스를 얻어왔어요. 화통에 톱밥을 엄청..
항상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는 것도 짜증나게 되는 어느 하루가 시작되었다. 트램이 덜컹이는데 버스랑 다를바가 뭐냐, 뜯어라 하는 인간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도로 위에서 자동차랑 경단을 이루는 것도 보고 쇠 갈리는 소리와 무료함을 때우기 위한 이야기를 위해서 구태여 트램에 오르는 그런 짜증이 언제쯤 끝나나 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 괴로움과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힌 그 느낌, 그리고 종점까지 가보며 무료함을 잊자며 잠이 드는 나를 태우고 트램이 달린다. 별로 그렇게 길지도 않고 그렇게 빠르지도 않아서 그저 이런 느낌에 몸을 맡기다보면 그저 그렇게 녹아내리게 되는 지리멸렬한 느낌을 실컷 느끼자. 그렇게 남서주택단지를 떠난 트램은 고작 두 정류장을 더 지나서 시험정원 종점에 닿았다. 이제 피는 시절인 매화와..
바로 앞에 트램이 서있고 자동차들이 그 뒤로 쭉 서있다. 어차피 트램은 추월하면 안 되니까 안에서 라디오나 들으며 참는 중이다. 그렇게 선로이자 도로 위에 나란히 놓인 긴 뱀과 친구들은 청신호에 일제히 골목을 빠져나간다. 할 수 없으니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숄더체크도 하고 그런다. 그렇게 중앙으로 나오면 긴 뱀은 정류장으로 들어가고 나는 다리를 건넌다. 시킨 물건을 받아가래서 목공소로 갔건만 내 물건이 아직 완성이 안 된 것 같다고 일단은 기다리라 한다. 오래는 못 기다린다고 얘기하며 무리하게 차 끌고 나온 그 가격은 하겠지 세면서 기다린다. 몇 시간을 기다려 의자 하나 내가 시킨게 나온다. 미안하다고, 예정보다 일이 밀렸노라고 사과하지만 어쨌든 나는 다 괜찮아. 미안하다면 나도 미안한거야. 차는 왜건이..
숲을 지나간다. 경유로 움직이는 자그마한 밴이 북서구에서 북동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사탕무 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더 들어가면 왠지 거대하고 웅장해서 경외감까지 드는 설탕 공장과 합성석유 공장이 나온다. 한동안 장난꾸러기 요정이 줄에 매단 낫으로 밭을 절단내고 다녀서 다들 당밀 한 봉지씩 가지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고 합성석유 공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한동안 조이고 기름칠만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괜찮아졌다. 그런데 합성석유 밖에는 못 구한다는 것을 모르는 렌터카 여행객들이 자동차가 헌팅을 해대서 타기가 싫다고 하면 바이오매스부 대변인인 내가 나서서 그거 여기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라고 해도 어쨌든 내가 불편하다 식으로 굴어대니 나는 그저 속이 터질 수밖에. 공장 안의 모두와 인사하고 오늘 상황..
뒤에 매달고 다니는 작고 귀여운 바퀴 달린 집에 살고 있다. 고양이가 야옹거리면 밥을 주고 전화가 와서 이제 일을 시작하자고 그러면 바퀴 달린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들어간다. 여기를 차린 지도 오래되었다. 직접 살고 싶은 집을 사려니 너무 비싸고 짜증이 나는데다 나라에서 주는 집에는 들어가기 싫어서 직접 바퀴 달린 집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공방의 모두는 일이 하나는 끝날 것 같다며 빨리 해치우자는 눈치를 보이고 그렇게 수출 나가는 하나가 완성이 되었다. 누가 항구까지 끌고 갈거냐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걸린 사람에게는 점심값을 얹어주며 잘 갔다오라고 하는 그런 시간이 지났다. 다들 공방을 차린 나에게 깍듯이 대하고는 하는데 나도 여기서 일하는 처지니까 그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수출 나간 것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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